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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홍 한국관광공사 경쟁력본부장 |
최근 주말을 이용해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불법학습을 시킨 학원들이 당국에 의해 대량 적발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학생들을 기숙시키면서 이른바 ‘기숙형 주말캠프’를 운영했고, 개중엔 모텔을 개조한 사례도 있는 모양이다.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교육당국이 단속을 벌여 적발한 이런 불법학원들이 무려 1,600곳이 넘는다 한다.
주5일제 수업의 의의가 무엇인가?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여가 선용을 유도하고, 그로 인한 건강한 내수효과를 거두기 위함이다. 바꿔 말해 국가경쟁력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여가를 잘 활용해야 청소년들도 활력을 얻고 재충전과 자기개발을 통해 경쟁의 노예가 아닌 건강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니 여가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시간이 청소년들을 경쟁의 도가니로 더욱 몰아넣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걸 보면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얼마 전 한 기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가 때 주로 무엇을 하느냐” 고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답은 바로 ‘컴퓨터 게임(25%)’ 이었다. 게임하는 자녀와 부모가 갈등을 빚거나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을 한탄하는 뉴스가 잦은 곳이 한국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헌데 이런 청소년들에게 여가 때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 본 결과는 뜻밖에도 ‘여행(28%)’이 가장 많았다. 입시와 경쟁에 찌들고 대화에 목마른 청소년들이 가장 갈급하게 바라는 것은 바로 건강한 여가의 향유였던 것이다.
청소년들의 여가선용이 단지 시간만 주어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마련한 토요 프로그램이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보다 형식에 그쳐버린다면 학부모는 사교육에 매달리려 할 것이고, 심지어는 앞서처럼 학생들을 주말까지 기숙시키며 경쟁의 사지로 모는 일마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사교육비 감당도 못하는 저소득 계층들은 부모들이 주말에도 돈 벌러 나가는 일이 많아 자녀들은 주말 내내 컴퓨터게임에 쉽게 몰입되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되기 십상이다. 결국 학교와 청소년들이 반가워할 만큼 내실 있는 토요 프로그램이 여하히 제공되도록 하느냐가 주5일 수업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청소년들을 위한 토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을 비롯한 관련 부처와 학계, 업계, 사회단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야말로 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수도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토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시작, 우수 토요 체험학습 여행상품을 선정해 역사전통, 문화예술, 농산어촌 등 6개 테마의 다양한 상품들이 널리 활용되도록 홍보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우리 청소년들을 미래에 기여할 건강한 재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에 지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은 물론 다양한 레저와 문화활동으로 삶을 재충전(Refresh)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인식하고, 주5일제 수업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사회에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대안들이 각계에서 모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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