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간 경쟁에서 인공지능(AI) 기술 영역이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특히 생성(generative) AI 기술을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 추격 발판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AWS도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생성 AI 기술을 다양화해 추격자와 거리를 벌리고 시장 점유율 방어에 돌입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AWS는 최근 미국에서 개최한 ‘AWS 서밋 뉴욕’에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을 준수하는 생성 AI 기반 임상 문서 자동 생성 서비스 ‘AWS 헬스스크라이브(AWS HealthScribe)’를 출시했다. AWS 헬스스크라이브는 음성인식과 생성 AI를 활용해 임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임상 문서를 자동 생성해 의료진 업무 시간 절약을 돕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국 의료 소프트웨어 업체인 3M 헬스인포메이션시스템(3M HIS)은 임상의에게 ‘엠모달(M*Modal)’이라는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엠모달을 쓰는 임상의 30만여명은 음성 해석, 대화, 생활 환경 지능 기술을 이용해 업무 절차를 개선했고 이들이 속한 의료 기관에서 임상 문서 작성과 비용 청구 작업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3M HIS는 엠모달의 임상 문서 작업에 AWS 헬스스크라이브의 대화 및 생성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AWS와 협력 중이다.
AWS 헬스스크라이브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에 단일 API를 제공해 이 소프트웨어가 의사와 환자 간 상담 내용으로 진료 기록을 작성하고 의약 용어, 약물 정보 등을 생성하면서 상담 내용을 요약해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에 등록하게 한다. AWS는 이러한 기술로 의료 산업 내 임상의의 공통 문제인 진료 후 임상 문서 취합을 간소화하고 이 절차에 빼앗기던 환자 대면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생성 AI로 구축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는 진료 녹취록을 EHR에 입력하는 간결한 임상 문서로 변환하는 작업을 도울 수 있다.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가 임상의를 대상으로 이러한 기능을 직접 제공하려면 정확한 임상 문서 생성을 위해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훈련하고 미세 조정(fine-tuning)해야 한다. AI 전문가와 엄격하게 분류된 학습 데이터,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동원해 의료용 LLM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AWS에 따르면 이 솔루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용될 의료용 LLM은 의료 분야 전문 용어와 의사의 처방, 용량 지시를 이해하고 환자와 상담하는 내용을 이해, 분석, 요약하고 오류와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줄이기 위해 모든 생성 텍스트 출처를 추적할 수 있게 설계한 ‘책임 있는 AI’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WS 헬스스크라이브의 기반 기술 ‘아마존 베드록’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준다.
아마존 베드록은 AWS가 올해 4월 발표한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상품 중 하나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제공된다. 고객사가 아마존 베드록의 API를 활용하면 AWS 모기업인 아마존, AWS 파트너인 앤트로픽, 스태빌리티AI 등이 구축한 여러 초거대 AI 모델 기능을 쓸 수 있다. AWS 클라우드 고객사는 이를 통해 생성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초거대 AI 모델 기술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AWS는 아마존 베드록 발표에 앞서 미국에서 생성 AI 기반 신사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가운데 선정된 곳에 최대 30만 달러를 지원하는 ‘AWS 생성 AI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11월 출시된 오픈AI 초거대 AI 챗봇 ‘챗GPT’가 등장해 전 세계 IT 업계로 그 반향이 커지자, 올해 들어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2·3위인 MS와 구글이 초거대 AI 모델 기반 생성AI 기술 신사업 경쟁에 돌입한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AWS는 스타트업 지원과 별개로 고객사 생성AI 솔루션 구축을 돕는 ‘생성AI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여기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AWS 생성AI혁신센터는 전략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엔지니어, 솔루션 아키텍트로 구성된 조직이며 이들은 고객사와 생성AI 활용 솔루션을 구축하는 단계별 협력에 투입된다. 업종별 고객사에 아마존 베드록을 비롯한 AWS 클라우드 인프라와 AI·머신러닝 기술 활용 지침을 제시한다.
AWS는 이달 초 공개한 ‘AWS 앱패브릭(AWS AppFabric)’에도 생성AI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AWS 앱패브릭은 기업에 도입된 마이크로소프트365, 구글 워크스페이스, 줌(Zoom) 등 생산성 도구를 AWS 관리 환경(Management Console)에 통합해 전체 사용 이력을 집계하고 이러한 제품을 구축, 유지,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 향후 아마존 베드록의 LLM을 활용한 작업 실행·제안 기능이 추가된다.
IT시장 조사 업체 시너지 리서치 그룹이 집계한 2023년 1분기 전 세계 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지출 규모를 보면 매출 기준 시장 크기는 637억 달러다. 여기서 AWS 점유율이 32%, MS가 23%, 구글이 10%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IT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21.7% 증가한 5974억 달러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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