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론 없는 차·화·정···현대차·LG·현대重, 이사회 안건 '100%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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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6-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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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G 경영 '지배구조 보고서' 집중분석

  • 반대·기권표 많은 삼성·SK와 대조적

  • "트렌드 둔감 B2B 분야 특성" 분석도

재계는 최근 2~3년 동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트렌드를 한창 강조하고 있다. 실제 재계 20위권 안에서 ESG 관련 업무를 맡을 조직을 신설하지 않은 기업집단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ESG 중 유독 지배구조 부문의 혁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기업들이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투자 등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다. 아주경제신문이 대기업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혁신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현대차와 LG, 현대중공업그룹 등 3개 그룹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원 전부가 지난해 1000건 넘는 이사회 안건에 하나도 빠짐없이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이들 그룹의 기업문화 영향으로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는 데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삼성·농협, 이사회 내부 의견차 표결로 확인···기업 문화·혁신 행보가 영향 톡톡 
 
13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1203개 중 지난해 이사회 표결 내역을 공개한 149개사의 투표를 분석한 결과 125개사가 지난해 상정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가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원 중 일부 혹은 다수가 반대·보류·기권표를 행사한 기업이 24개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이들 24개사를 살펴보면 소속된 그룹의 문화와 혁신 행보가 이사회 표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키워드를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행시킨 SK그룹 계열사 이사회에서는 회사가 상정한 안건에 다수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 1위 그룹으로 변화가 빠른 삼성에서도 다수 반대·기권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사 중심인 농협그룹에서도 반대·기권표가 많았다. 이는 금융권이 산업계보다 이사회 개혁 등이 여러 차례 논의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 밖에 롯데 포스코 한화 GS 등 그룹에서도 적어도 1개사 이상이 표결에서 반대표가 나오거나 안건을 부결시키는 등 이사회 내부의 의견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각 그룹 계열사]

◆현대차·LG·현대중공업, 안건 가결률· 표결 찬성률 100% 기록···"옛날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지적도
 
이들 45개사 이사회는 지난해 안건 1042건을 모두 가결했다. 표결에서도 찬성표(6249표) 이외에 반대·기권·보류 등은 0표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가결률과 찬성률 모두 100%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반대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다른 그룹처럼 기업문화와 혁신 행보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현대차·LG·현대중공업그룹 다수 계열사가 영위하는 사업 영역인 자동차, 화학, 정유, 철강, 조선 등이 트렌드에 민감하기보다는 다소 변화에 둔감한 B2B 분야라 기업문화에 변화가 느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들 현대차·LG·현대중공업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계열사 대부분이 아직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2~3년 동안 재계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부각됐지만 아직 완전히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재계 10대 그룹 거의 전부가 이사회 내부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지만 아직 ESG위원회가 아닌 이사회 역할과 성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다만 재계 일부에서는 이사회 안건에 대한 가결률과 표결의 찬성률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혁신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 기업에서는 이사회 표결 직전 상정된 안건에 대해 토론을 충분히 하고 있어 대부분 찬성표가 나온다는 시각에서다. 
 
또한 평소에 사외이사 등 의견을 청취해 반대표가 나오지 않을 만한 안건을 상정하기에 이사회 내부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사외이사의 견제 등이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의 반대표를 무작정 지배구조 혁신과 연결되기는 어렵다"며 "해외에서 ESG를 잘한다고 꼽히는 기업들을 살펴보더라도 통상 이사회 안건 가결률과 표결 찬성률이 절대 낮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이사회 행태가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경영을 강조한 만큼 지배구조 혁신을 찾을 수 없고 여전히 이사회와 사외이사를 대주주와 회사 의견에 따르도록 설득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삼성·농협그룹 이사회에서 반대표나 부결된 안건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그룹의 혁신 의지에 따라 이사회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 ESG 경영이 도입된 초기인 만큼 대주주나 대기업그룹이 강력한 혁신 의지를 가지고 이를 기업문화에 적극적으로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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