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결국 중징계…책임 공방 불 붙을 듯

금융당국이 결국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황 회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입으며 거취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황 회장이 이번 징계 조치에 불복하고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와 예금보험공사가 감독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황 회장을 희생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상당 징계 의결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3개월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최종 의결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3일 황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발생한 파생상품 손실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금융위의 의결은 금감원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황 회장이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은행법 54조 등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황 회장은 이번 징계로 현직 유지는 가능하지만 연임은 할 수 없으며 4년간 다른 금융회사 임원으로도 선임되지 못한다.

한편 예보도 이르면 다음주 예금보험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73%를 보유한 대주주로 징계와 함께 황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도 예상되고 있다.

◆ 황 회장의 반격 시나리오

금융권은 황 회장이 당국의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등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회장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측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송 이전에 금융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재심이 청구되면 금융위는 이를 금감원으로 이첩하게 된다.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은 사안을 재검토한 후 제재심의위원회 재상정하고 금융위에서 다시 한 번 의결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3개월 이내에 이뤄진다.

재심 청구를 통해 제재 조치가 번복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황 회장은 당국과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제재를 받아들이든 반격에 나서든 간에 황 회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을 그대로 수행하더라도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황 회장이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당국·예보 책임론 대두

일각에서는 황 회장에 대한 이번 중징계 조치를 금융당국와 예보의 책임 떠넘기기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보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투자에 적극 나섰던 2004~2007년까지는 금융권 뿐만 아니라 당국도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 및 IB 업무 강화를 독려했었다. 황 회장의 과감한 파생상품 투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금감원은 2007년 6월 우리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지만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해 법규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6월이 돼서야 위험관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예보도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했지만 황 회장에게는 성과급을 일부 차감하는 식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한 바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금감원이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나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과만 놓고 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신을 가지고 투자한 경영자에게 사후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이번 사례처럼 마녀사냥식 처벌이 만연할 경우 투자가 위축돼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수석연구원은 "투자 손실에대한 책임을 직접 묻기는 어렵다"며 "리스크를 지나치게 회피하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차적인 책임은 투자 주체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당국도 감독 소홀에 따른 이차적 책임이 있다"며 "황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당국과 예보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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