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신(新)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 도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한 골디락스 경제는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 성장을 뜻한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전까지 고성장ㆍ저물가를 지속했던 시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증권가는 내년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완만한 성장기에 진입할 것이라며 주식투자를 적극 권했다. 즉,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2.5%로 묶이고 경제 잠재성장률도 3%를 넘어설 전망인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란 이야기다. 외국인 투자자가 '바이 코리아'에 나서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점 역시 주가에 긍정적이다.
◆"코스피 2000선 돌파한다"=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예상치를 2007년 사상 최고점(2085.45포인트) 수준에 맞먹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낙관론은 내년 세계경제가 골디락스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코스피가 2007년 최고점까지 뛰어오를 것"이라며 "당시 미국과 중국 경제가 호황이었던 점은 지금과 다르지만 증시엔 더욱 우호적인 골디락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이중침체(더블딥)와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 경제는 정상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며 "오히려 2007년 당시 미ㆍ중 동시 호황으로 상품가격과 금리가 뛰면서 한계를 맞았던 점과 비교하면 내년은 더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경제 전망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기관이 내년 세계경제에 대해 빠른 회복세를 예상했다"며 "국제무역 회복세 역시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국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미국이 유동성을 일부 회수하고 있으나 금리인상엔 신중할 것"이라며 "영국도 재정정책을 강화할 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 가장 늦은 2011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급격한 유동성 축소는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현재는 경기 정상화가 차분히 진행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비용 변수로 각국 정부가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기 전까지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 예산안을 보면 내년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액은 4000억 달러로 올해 1849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며 "보조금처럼 직접지원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정책효과를 잃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바이 코리아 늘어난다"=올해 들어서만 30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는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기업이 해외 경쟁사대비 월등한 경쟁력으로 실적을 빠르게 되살린 덕분이다. 코스피가 9월부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FTSE) 선진지수에 들어간 것 역시 외국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TSE 선진지수 편입으로 10조원 규모 외국자금이 국내로 추가 유입될 것"이라며 "그동안 이머징마켓에 묶인 탓에 받았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덕분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도 곧 이뤄질 것"이라며 "MSCI가 FTSE보다 많은 추종 자금을 가진 만큼 외국인 투자액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국내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기업실적. 국내기업은 IMF 사태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 해외 경쟁사보다 금융위기 충격도 덜 받았다.
실제 국내기업 부채비율은 평균 153%로 미국 266%보다 훨씬 낮다.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평균 11.5%로 미국 8.3%보다 우월하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무건전성을 꾸준히 높여 온 국내기업은 이번 금융위기로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며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기업이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증시 전체 밸류에이션도 같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도 국내기업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가치 하락은 세계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들어섰음을 뜻한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소비를 확대시켜 국내 수출기업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통화 절상은 전세계가 동일하게 겪고 있는 현상"이라며 "달러 약세로 단가는 떨어지겠지만 오히려 물량을 늘려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준영ㆍ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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