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실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초기 우려와 달리 펀드 이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펀드이동제는 증권.은행.보험 등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를 추가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판매사들 간 자율경쟁 유발을 유발해 펀드수수료를 감소시키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뚜렷한 수수료 인하효과는 최근까지 미미한 상태다. 펀드이동제 시행이후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 중 선취수수료 면제·인하한 펀드는 26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본시장 건전화 측면에선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사들 스스로가 고객 유치를 위해 펀드 사후관리 강화 및 불완전판매 근절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50억원 이동...고객 유치 위해 각 업계 '분주'
2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이동제가 시행된 1월25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이동한 펀드는 1만1621건, 19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77건, 47억원 규모로 이동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투자자들 중 대부분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갈아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이동제를 시작한 1월25일부터 펀드는 은행권에서 증권회사(561억원)와 보험회사(17억원)으로 이동했다.
은행도 상담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투자자들에게 더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펀드이동시 높은 종합자사관리계좌(CMA) 금리 혜택을 주거나 '펀드 리콜제' 등을 통해 가입 이후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나섰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펀드 판매 이동제 실시 두 달만에 성과를 논하긴 어렵지만, 펀드 상품이 다양하고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곳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독펀드 판매사 증가 및 이동절차 간소화 필요
현재 펀드판매사 이동제에 1차적으로 참여한 회사는 ?56개사, 펀드 갯수는 ?개다.
그러나 판매사를 갈아타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투자자가 있다. 한 판매사가 판매하는 단독펀드에 가입한 경우가 그렇다. 즉 A은행에서 가입한 B펀드를 C증권사가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 C증권사로의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지난해말 기준 단독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총 3011개로 설정원본 3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를 2단계까지 시행했을때 이동가능한 펀드 2226개보다 많다. 펀드 규모 기준 이동가능 펀드 116조2000억원 보다는 적다.
이같은 단독 판매사 펀드의 3분의 2가 은행에서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기준 은행에서 팔린 단독 펀드는 21조원 정도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복수 판매사를 유도하는 제도 보완책 등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판매사들은 단독펀드가 다른 판매사에서 팔리지 않길 바란다"며 "운용사는 판매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 절차 간소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판매사 이동을 위해서는 투자자가 기존 판매회사를 방문해 확인서를 받은 뒤 5일 이내 신규 판매회사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 단 이동하고자 하는 판매회사 계좌가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한 펀드 투자자는 "판매사를 바꾸고 싶어도 지점이 있는 곳을 손수 찾아가야 해 불편하다"며 "모든 과정이 전산화된다면 부담없이 이동제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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