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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의 도란도란] 한국 건설, 고질병과 난치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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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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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병의 성질을 의미하는 용어 중 아주 비슷하지만 다른 두 단어가 있다. 바로 고질병과 난치병이다. 오랫동안 앓고 있는 병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점에서 두 단어는 비슷한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 바로 '노력 여부'에 따라 병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난치병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지만, 고질병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오래 방치한 끝에 결국에는 고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른 증상을 말한다. 즉 고질병은 치료 노력을 게을리 한 환자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많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 병 중의 하나가 변비다. 각종 스트레스, 환경변화, 인스턴트 식품 섭취 등이 주요 원인이다. 물론 여성의 신체가 남성과 달리 변비에 잘 걸리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것도 이유다.

변비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칠 만큼 고통스럽고 시간이 지나면 만성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변비환자 대다수가 쉽게 이 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변비를 두고 난치병이라고 하진 않는다. 노력여부에 따라 고칠 수 있는데도 익숙해진 생활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해 그냥 달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업계가 위기다. 주택을 포함한 건설산업이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건설업계의 군살을 떼어내겠다며 수술용 메스를 들이댈 태세다.

그렇다면 한국 건설업계가 앓고 있는 병의 성질은 어떤 것일까. 일단 현재 상태를 체크해보자.

최근 부동산 시장은 불황 속에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있고,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채율이 위험수준이다.

단연 건설업계 가운데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주택전문업체들이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으로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양책에 의지해 10여년간 주택사업에 온몸을 던졌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이후 경기가 계속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이들은 주택사업 영역을 확대해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옛날 일을 답습이라도 하듯 대다수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1999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로 주택사업을 하던 건설사들이 대거 쓰러졌던 기억을 잊었을 리 만무한데 말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사실 주택사업만으로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다. 다만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기에는 성과를 얻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반면 주택분야는 단기적으로는 힘들 때가 있어도 정부가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고 고백했다. 

정부에 의지해 일부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한국 건설산업이 최근 앓고 있는 병의 성질이 고질병이냐 난치병이냐 하는 진단은 여기서 내리지 않기로 한다. 다만 난치병이라면 정부와 금융권이 들이댄 메스가 성공적인 수술로 이어지길 바랄뿐이다. 반면 고질병이라고 판단이 된다면 강제적 수술에 앞서 '자정 노력'이라는 치료법을 한번 더 고민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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