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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상반기를 불과 몇 일 남겨둔 지금은 하반기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매우 궁금한 시점이다. 상반기를 돌이켜 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미국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는 뚜렷하게 호전됐다. 그러나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민간 부실을 떠안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가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사태로 표출되며 남유럽발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재정건전성이 좋고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일부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출구전략을 내 놓고 있지만, 남유럽 사태와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 우려를 반영하여 대부분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하반기 이후로 미루어 놓은 상황이다.
그럼 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공포 vs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선진국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신흥국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리스에서 시작한 재정위기는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확산됐으며, 나아가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민간의 부실을 정부가 대신 떠안은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부양책을 실시한 대가 역시 빚 잔치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민간에 이어 정부도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결국 빚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Deleveraging)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확대재정정책을 쓸 수 없으며, 민간은 일자리 감소와 부채 축소 압력 등으로 인해 소비할 돈이 부족해졌다. 이로 인해 빚 잔치를 했던 선진국에서는 저성장과 저물가의 고착화라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선진국이 경기를 부양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줄이려면, 정부지출을 대폭 축소하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단행하거나, 금리를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 강도 높은 긴축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및 임금동결은 자연히 유효수요의 감소를 유발하고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기하강 위험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금융완화정책을 연장해야 한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시, 한해 동안의 성장을 통해 국채 이자도 다 갚지 못하기 때문에 선진국은 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주택시장 침체와 재정건전성 악화에 따른 부채 축소 압력에 직면한 선진국 내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유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싼 자금이라도 수요 위축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악화되어 투자대상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파산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용경색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저금리 자금은 자연스럽게 수요가 살아있는 신흥국을 찾아 나설 것이고, 그 중에서도 중국, 인도 등 역내에 좋은 수요처가 있는 아시아 신흥국의 투자 매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낮은 금리의 선진국 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선진국의 상품공급 기지로서 축적한 자본은 금융위기 당시 신흥국의 내수를 팽창시키는 토대가 됐다. 이러한 유동성은 신흥국의 자산가격 버블, 인플레이션 불안 등을 조장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하에서는 선진국의 자금 유입에 따른 신흥국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은 '필요악(必要惡)'이라 생각된다.
한편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선진국 자금의 성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선진국 자금의 해외투자 성격은 신흥국의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생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직접투자로 전개된 데 반해, 근래의 글로벌 자금이동은 직접투자 대신 신흥국의 역내수요 팽창에 따른 자산가격 버블을 노린 핫머니 성격의 투자가 늘었다. 핫머니는 자금의 성격 상 유출입이 빈번하며, 선진자금이 신흥국으로 급격히 유입될 경우 신흥국은 자산가격 버블, 인플레이션 압력에 노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에 신흥국들은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선진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통화절상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지준율 인상과 위안화 절상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자연스런 정책수순이라 보여진다. 다만 국제원자재 가격이 매우 안정되어 있는 만큼 하반기에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신흥국의 출구전략이나 긴축정책 강도도 완만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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