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의 수정안이 용도폐기되면서 과천 경제부처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는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당황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초급 사무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관료들은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숙의하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들의 얼굴에서는 앞날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정국 향방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부의를 하루 앞둔 날 한 재정부 고위 관료는 "전임 정부에서 추진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부지에 절대농지를 보유했던 농민들 상당수가 보상을 받고 이 지역을 떠났다"는 말로 운을 뗐다. 해당 지역민들 사이에서 보상가격을 놓고도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정치권이 벌여온 논쟁속에 고향같은 지역민들을 상대해야 했던 고충이 만만치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도시 원안을 놓고도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2012년 입주 예정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족기능 창출 논란 때문이다.
이 관료는 과천시의 예를 들며 행복도시 역시 자족기능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실제 공무원 가족들의 이주가 어려워 관료들이 '기러기 아빠'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이 곳에 투자를 하려던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 분교 설치를 계획했던 서울대 등이 계획을 포기하거나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행정비효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통일·외교·안보 부처를 제외한 전 부처가 행복도시로 내려가야 할 판이지만 여의도 국회에 수시로 불려다녀야 하는 관료들은 서울 사무소라도 두어야 할 형국이다.
국토해양부는 정부가 이제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접고 국정에 매진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행복도시와 4대강 사업 실행 주무부처로서 허탈감은 다른 부처 못지 않게 크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어차피 세종시 수정안 폐기로 결론이 났으니 각계가 이제는 행복도시를 어떻게 하면 국가백년지대계차원에서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처 분산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다각도로 강구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정부 대전청사에 본부를 두고 있는 통계청, 관세청, 조달청 등은 서울에서 회의가 열린다 치면 전날부터 통행편과 숙박편 등을 예약하느라 부산하다.
그나마 지금은 KTX(고속철도)로 이동시간은 단축되긴 했지만 대전과 행복도시, 서울 등 청사로 이동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자가이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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