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 결정이 개인 투자자들 피해만 줄뿐, 재무제표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코스닥 시장에서 감자를 단행한 기업은 총 34곳, 감자 횟수만도 37건에 이른다. 이날도 '지앤이'가 보통주 10주를 1주로 줄이는 90% 감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기업들은 주로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할 때 감자를 실시한다.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대신 감자차익을 통해 결손금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감자는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준다는 점에서 기업과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소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는 일반주주들의 피해만 속출할 뿐, 일시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그친다는 것이다. 회생되는 기업보다 이내 악화되는 기업이 대다수다.
고철 및 보안사업 관련 코스닥 업체 에너라이프는 지난 4월 1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일반 개인 주주들은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에너라이프는 채무 20억원을 상환하지 않고 있다며 골든스페이스로 부터 파산 신청을 당했다.
티지에너지는 지난 2일 95% 감자를 마쳤다. 지난 5월 셀런에서 삼보모터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티지에너지는 이렇다 할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4분기에 28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엔티피아도 지난 3월 30일 주식 5561만주, 자본금 139억원 감자를 단행했다. 최근 4개월 유예기간을 받긴 했지만 엔티피아는 결국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애강리메텍 역시 보통주 30만주에 대해 감자를 결정했다고 지난 3월 9일 공시했다. 1주당 액면가액은 500원으로 감자 후 자본금은 146억1667만원이다. 그럼에도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PB파이프와 PB원재료 매출 부진 및 수익성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문가의 평을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 하이드로젠파워는 지난 5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를 병합하는 90%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올 1·4분기에 14억원 영업 손실을 낸데 이어 최근 자금부족으로 전환사채 원리금 34억원을 갚지 못한 상태다.
자본 감소의 목적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코스닥 시장 퇴출 모면이나 채권단의 채권 회수, 머니게임 등을 위한 것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실시할 경우 통상 회사가 투명해져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지만 정상화 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면서 "주가도 감자 후 실시되는 증자로 인한 물량 압박으로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겉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감자에 나선 기업들의 경우 당장은 위기를 모면해서 추후 회사 매각이나 주가부양을 통해 시세 차익을 꾀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감자 기업 중 상당수가 이미 한두 차례 퇴출 경고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김현오 유화증권 IB팀 차장은 "감자 이후에도 체질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회사 재무 상태는 또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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