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제조업의 발원지’인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 비용 증가, 대외수출환경 악화, 인건비 상승 등을 감당하지 못한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것.
대신 부동산·광산 투자 등 단기 고수익만 노리는 투기가 과열되면서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있다고 중국 경제관찰망이 최근 보도했다.
△ 제조공장 ‘썰렁’
2009년 중국 원저우시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은 4604달러(540만원 가량). 저장성 전체 시 중 꼴찌에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항저우시의 절반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저장성 전체 평균의 7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전 세계 부동산 사냥으로 유명한 원저우 부동산 투기단의 이면에 가려진 중국 ‘제조업 1번지’ 의 초라한 성적표다.
과거 정타이(正泰), 더리시(德力西) 등 원저우 경제를 이끌던 대형 민영 기업은 이미 타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원저우의 한 기업인은 “현재 원저우에 남은 건 경쟁력 없는 기업 뿐”이라고 토로했다.
황파징(黃發靜) 원저우시 정협위원은 “금융위기 발발 이후 원저우 자본이 점차 외부로 유출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과거 중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원저우산 라이터 제조업체를 예로 들면서 “성행 당시 500개 기업에 달하던 라이터 제조업체 수는 지금 100개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나마 남은 100개 기업 중에서도 부동산, 광산 등 다른 업종에 한 눈을 팔고 있는 기업이 족히 70%는 된다는 게 황 위원의 설명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저우시 산업생산은 평균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저우시 정부도 매년 평균 1000여개 기업이 외부로 이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부로 유출되는 자금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부동산 투자 ‘활황’
이처럼 원저우 제조업은 위축된 반면 자금이 온통 부동산 투자로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심지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기하는 자금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5월 말 기준 원저우시 개인 신규대출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53.3% 늘어나 346억9800만 위안에 달했다. 특히 이 중 개인 주택구매 대출은 101억7600만 위안에 달해 무려 6배가 뛰었다.
반면 제조업 신규대출액은 평균 21%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고정자산투자와 민간투자는 각각 3.5%, 3%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과연 은행에서 빌려간 돈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이에 대해 원저우시 인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저우 민간투자는 단기 수익을 쫓는 핫머니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대부분 부동산 개발 투자에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기자금 유입은 원저우 시와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원저우의 한 부동산 업체 통계에 따르면 올해 5~8월 원저우 시내 상업용 주택 평균 거래가는 m2당 2만8000위안으로 중국 대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원저우시 인민은행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 투기 자금에는 민간 자본 뿐만 아니라 산업 자본도 포함되어 있어 원저우 지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등 단기 고수익 업종에 돈이 묶여 있을 경우 자원배분이 왜곡돼 원저우 실물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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