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차별이 극심한 사회에서 딸만 둔 가정은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동정을 받거나 심지어 멸시당하는 일도 흔히 생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남녀차별이 심해 여자아이를 사내처럼 키우는 사례가 많은 아프가니스탄의 관습을 소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6살 여자아이 메흐란 라파트가 그 전형적인 예다.
그녀는 세명의 언니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그를 언니들과 달리 사내아이처럼 키우고 있다.
언니들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길게 자란 머리를 묶어 스카프를 두르는 것과 달리 메흐란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으며 넥타이까지 매고 남자아이인 것처럼 꾸며 학교에 간다.
이처럼 여자아이를 사내아이처럼 꾸미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프간 사람들은 주변의 친척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례를 아는 사람들은 평소 대화에서 이렇게 변장한 아이에게 '아들'이나 '딸'이라고 지칭하지 않고 '바차 포쉬', 즉 이 나라 말로 '사내 옷을 입은 아이'라고 부른다.
아프간 사람들은 주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자신의 사례를 밝히기를 거부하지만 이런 이상한 관습은 아프간 전역에서 예나 지금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변장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경제적인 필요에서부터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력, 또 이렇게 할 경우 다음번에는 진짜 아들을 갖게 된다는 미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아들이 없는 집안의 부모들은 종종 이런 결정을 하게된다. 이를 금지하는 법률이나 종교적인 가르침도 없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 연령이 되면 대부분 집안은 이 가짜 아들을 진짜 딸로 변신시킨다.
아프가니스탄은 남아선호가 심해 아들만이 부친의 재산과 이름을 물려받을 수 있으며 교육을 받는데도 아들이 유리하다. 집 밖에서 일하는 것도 아들만이 가능하고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여자아이들은 남자 형제들의 에스코트 없이는 다니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딸을 가진 부모들은 몇 년 만이라도 당당하게 지내기 위해 여자아이에게 남자 옷을 입히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평생 역사가로 일해온 낸시 듀프레씨는 "차별이 이 같은 관습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서 "이곳 사람들은 놀라운 적응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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