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배추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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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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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최대 이슈는 '배춧값'이였다. 추석 명절 전후로 오르기 시작한 배춧값 상승세는 김장철을 앞둔 지난달 중순까지도 쉽게 꺾이지 않아 여러사람 애간장을 태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포기에 1500원에서 2000원 하던 배춧값이 1만5000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됐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배춧값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는 계속된 장마와 불규칙한 날씨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유통구조상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생산지에서 도매, 소매로 이어지는 중간 유통 과정에서 폭리, 사재기 등의 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떻든간에 일단 배춧값이 현재는 안정돼 한시름 덜게 됐다.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고 유통구조 폭리문제에 대한 지도단속, 서울시의 배춧값 보조 등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쉽게 예측이 안되는 이상기후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산 작황부진, 중국산 저가 배추 수입, 농가 수익감소로 이어져 결국 농민들이 배추농사를 접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배춧값 파동은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춧값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농산품의 공공재 성격 때문이다. 배추는 온 국민이 즐겨먹는 김치의 재료로 한국인의 식탁에서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배춧값 파동은 부동산과 꽤 닮아있다.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격과 거래를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에도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의식주의 하나인 집은 인간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집값이 계속 오르거나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면 배춧값보다 몇배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반대로 집값이 급락하거나 전셋값이 크게 낮아지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가계와 경제 전반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배추와 주택의 성격이 다른 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 문제를 두고 중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공공성과 상품성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든 주택이든 원칙은 있다. 수급조절에 실패하면 가격 폭등 또는 폭락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지던 집값 하락세가 드디어 멈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는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 때문이라기보다 2~3년 전 대량으로 쏟아진 아파트 분양물량의 입주시가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주택시장에서는 2년째 신규 분양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입주물량 감소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셈이다.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변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수급불균형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배춧값 파동의 교훈을 새삼 되새겨야 할 때다.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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