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선진국 시장의 자금으로 구성된 자본이 아시아나 남미 등 신흥국으로 유입될 경우, 한꺼번에 빠지면서 투기 성격을 띠는 이른바 '국제 단기투기자본'이 되기 십상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단연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안정적인 국제 환율 체제'의 구축이었다.
신흥국들은 이미 자본유입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5일 브라질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단행하자 외국인 투자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2%에서 4%로 인상했다.
페루는 외국인 투자 예치금제를 신설했고,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투기성 단기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자본통제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G20 회의를 통해 '직접적 개입은 자제하되 단기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다'는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을 높게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반복됐던 근본적인 원인은 환율에 있다. 미국이 자국 은행 지원을 위해 달러를 과도하게 찍어내면서 신흥국 통화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치솟았다.
신흥국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이는 저금리 통화인 달러화를 빌려 고수익이 예상되는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급증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만 해도 300억 달러가 넘는 투기성 자금이 전세계에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외국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갈 때 미치는 파장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 단기 투기자금은 금융 상품의 변동성을 높일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경제 기초여건을 뒤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형 박사는 "이런 관점에서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직접적 개입은 자제하되 단기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허용키로 합의한 것은 국제 공조를 통해 얻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 우리 정부가 선물환 규제를 제외한 단기 투기성 자금에 관련한 실질적 규제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전 KDI원장)은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규제 방안에는 이미 시행 중인 선물환 규제 이외에도 단기자금유입이나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유입자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무이자 예치하는 가변예치제도(VDR) 도입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특히 은행세가 실효적인 규제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주식, 채권의 경우 어느 정도의 제동장치가 존재하지만 은행은 그렇지 않다"라며 "단기 투기성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사실상 은행은 자산이 빠져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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