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는 것일까.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자유입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까지 한국 경제의 자신감은 충만해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으로 성장했다. 금융위기에 일시적으로 풀린 국채 발행규모 역시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킬 태세여서 해외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한국 채권값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골치를 썩이고 있는 반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이를 빗대 일부 외신은 '강력한 한국 경제가 군사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기 내성 키웠다=한국 경제가 위기에 강한 이유는 뭘까.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투자자들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학습효과'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해 서해교전과 올해 천안함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주요 금융지표인 환율과 코스피지수, 국고채 금리는 사태 전·후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한국의 금융시장은 사태 전·후로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도표 참조) 예전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모습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천안함 사태에서도 봤듯이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매도하고 국내 주식을 산 사람이 이익을 보았다"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에도 견딜 만큼 내성이 견고해졌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경제 펀더멘털 양호…'강력한 경제가 군사력'=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호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제가 곧 국방력'이라는 말로 안보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있는 우리 경제력을 진단했다. 이는 세계인들로부터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그만큼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원유 등 부존자원이 없어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수출 위주의 중공업 성장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 등 기존 성장동력에 더해 반도체와 IT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달해 있다. 어느 나라도 갖추지 못한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올해에만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출증가세는 물량공세를 뛰어넘어 질적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거울이다.
여기에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발빠르게 적응해온 측면도 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거대 경제국가로 군림해온 일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FTA 전략은 일본으로 하여금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경제의 룰 세터로서 오히려 우리의 FTA 전략을 물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육성을 위한 중장기계획도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감세(減稅)와 규제완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G20 회의 개최로 '코리아 프리미엄'=이번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는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룰 세터로 등장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국제 공조 속에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이 G20 개최로 국제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국력이 된 시점에서 룰 세터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 나간다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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