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 대격변이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미뤄졌던 금융시장 재편 논의가 이제서야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서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입’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민 회장의 설익은 발언이 금융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지난 17일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전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이 행사가 있기 일주일 전에 행사 진행에 대한 안내자료가 기자들에게 이례적으로 배포된 점을 감안하면 민 회장의 말은 사전에 준비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민 회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외환은행의)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어 좋은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책은행인 산은금융의 수장인 민 회장이 금융당국과 사전협의 없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이어 산은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민 회장과 사전에 당국과 협의도 없이 발언한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산은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것을 민 회장도 모르지는 않았을 터. 결국 민 회장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실속없는 입질만 넣어 시장의 혼란만 키운 셈이다.
민 회장은 지난 10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주변을 당혹케했다.
민 회장은 “산은금융의 인적자원이 훌륭해 기존의 투자은행 만큼의 성과금을 줄 경우 현재 당기순이익의 2~3배 벌 수 있다”며 “다면 정부의 여러 제약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임기 중 리만 브라더스를 인수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이는 민 회장이 공기업 임금 현실화와 금융위기 당시 금융안정망 구축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민 회장이 설 익은 발언 속에는 ‘민간’ 출신인 민 회장이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겪은 어려움과 한계에 대한 고충과 서러움이 스며있다. 더구나 임기가 반년 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 같은 회한을 더욱 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금융시장과 정부 당국자, 산은금융 임직원 등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근 발언으로 얻은 결과는 본인의 뜻과 사회적 합의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민 회장의 발언은 궁극적으로 산은금융의 발전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는 민 회장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마찬가지다.
민 회장도 이를 숙지하고 앞으로는 산은금융의 중장기 전략을 공고히 하고, 이를 위한 치밀한 액션플랜을 짜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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