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컴퓨터 해커들이 신용카드 업체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의 체포에 반발하는 해커들이 위키리크스와 거래를 끊은 카드업체들에 '복수'하고 나선 것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커들의 공격에 이날 마스터카드의 온라인 자금결제 시스템이 몇시간째 중단됐다. 업계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마스터카드사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퍼레이션 페이백(보복작전)'을 자칭하는 익명의 해커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웹사이트인 트위터에 자신들이 카드사 공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마스터카드 측은 처음에는 극심한 접속량에 문제가 있을 뿐 결제 서비스에는 영향이 없다고 둘러댔으나 이후 보안코드 서비스가 간간이 끊기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마스터카드는 "웹사이트의 주요 기능은 문제가 없으며 카드회원들의 계정 정보도 위험하지 않다"며 "우리는 일부 웹기반 서비스의 중단현상을 발견했으나 카드회원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안전하게 결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인터넷결제서비스 제공업체인 스큐어트레이딩의 존 프리도 부대표는 6시간동안 보안코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쇼핑 대목인 지금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FT는 해커들의 공격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자금 결제 서비스를 중단시킨 다른 업체 웹사이트에서도 일어났다고 전했다.
인터넷 보안업체 판다시큐리티에 따르면 어샌지의 계정을 폐쇄한 스위스 은행 포스트파이낸스에서도 11시간 이상 고객들의 거래 시스템에 장애가 일어났으며 어샌지 후원계좌를 차단한 온라인 결제사이트 페이팔 역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8시간 동안 사이트가 폐쇄됐다.
또 오퍼레이션 페이백은 마스터카드 웹사이트 공격 후 비자카드도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이들이 트위터에 "우리는 한시간 내 'www.visa.com'을 공격할 것"으로 알렸다고 전했다.
폭로 전문을 배포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수록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키리크스를 옹호하는 분위기는 그만큼 더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해커들의 공격은 런던 경찰에 의해 어샌지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후 하루만에 발생한 것으로, 어샌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어샌지는 스웨덴으로 넘겨지기에 앞서 이달 14일까지 런던에서 구금될 예정이다. 해커들은 어샌지에 혐의를 부여한 스웨덴 검찰 웹사이트도 공격했다고 FT가 전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어샌지 체포로도 폭로문 배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법적 제재와 기업 검열로도 입막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어샌지 지지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고발자 국제 조직인 '기밀정보의 진실을 위한 연합(Associates for Integrity in Intelligence)'의 샘 아담스는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또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도 호주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어샌지에 대한 법적 절차는 기본적인 법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영화 '빵과 장미', '랜드앤드프리덤' 등으로 유명한 켄 로치 감독과, 영국의 좌파 저널리스트인 존 필거도 어샌지 보석금을 기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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