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근(54) 선장과 김용현(68) 기관장 등 한국 선원 2명과 중국 선원 2명, 케냐 선원 39명 등 모두 43명의 선원들은 장기간 피랍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김 선장은 장기간 제대로 씻지 못해 팔과 발목, 등 부분에 피부 발진이 심하게 일어나 있는 상태였으며, 김 기관장은 해적의 구타로 인해 정수리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
김 선장은 피랍 경위 등에 대해 한시간 반 가량 케냐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배에서 내려 이한곤 주 케냐 한국대사 등 정부 관계자들과 선박 대리점 대표 김종규(58) 씨, 송충석 케냐 한인회 회장 등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김 선장과 김 기관장은 한 외교관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며 감격에 겨워하기도 했다.
대사관으로부터 의류와 라면 등을 전달받은 한국 선원들은 시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사관 직원 및 지인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러나 앞서 삼호드림호나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해적으로부터 풀려난 이후 선사의 지원으로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금미호 선원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당분간 케냐에 머물 예정이다.
금미호는 김 선장 소유의 어선으로, 선원들을 지원할 선사도 없는데다 배 안에 냉동보관된 40t의 게를 선도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판매해야 하는 등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가족들을 빨리 만나고는 싶지만 한국에 가도 먹고 살 방도가 없어 이곳 일부터 정리를 좀 한 후에 귀국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소말리아에서는 게를 잘 먹지 않는 탓에 판로가 없어 해적들이 게를 빼앗아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원들의 다소 쓸쓸했던 항만 도착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케냐 선원들은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고향에 도착한 기쁨을 나눴다.
케냐 선원 중 무슬림들은 배에서 내리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이슬람경전 코란 문구를 함께 외치며 신께 감사하기도 했다.
부두에서 케냐 선원들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 수백명은 선원들과 재회하게 되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케냐 취재진 30여 명은 선원과 가족의 재회 순간을 취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9월 5일 몸바사항을 떠나 조업에 나선 금미호는 유령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심각하게 부식된 모습이었다.
해적이 납치 당시 총격을 가해 조타실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선측에는 총탄 자국도 군데군데 보였고, 선령이 40년이 넘은 노후선박인 탓에 붉은 녹물이 선박 외관 곳곳을 덮고 있었다.
금미호는 지난해 10월 9일 케냐 라무 지역 앞 18km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됐다가 지난 9일 풀려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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