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기획부동산'-(상)] 경기 용인·성남, 강원 춘천·평창 등 개발호재지역 토지사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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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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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값에 토지 매입한 뒤 지분쪼개고, 개발계획 부풀려 수십~수백배 올려 되팔아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사기성 분양이 최근 서울 강북 재개발지역과 개발 호재가 많은 경기 용인, 성남 판교, 인천, 강원 평창, 춘천 등지에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가평군 일대에서 활동해 온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가평군과 군 의회, 세무당국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헐값의 땅을 수십∼수백 필지로 쪼개 파는 분할 매매를 통해 거액의 매매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나 주택을 싼 값에 사들인 뒤 일정 규모 단위로 쪼개거나 개발계획을 부풀려 일반인에게 수십~수백 배의 웃돈을 붙여 되파는 업체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들이 파는 땅의 대부분은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거나 개발 계획이 부풀려져 있어 이를 매입한 시민들은 막대한 재산적 손실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최모씨는 기획부동산 업체로부터 지난해 11월 경춘선 복선전철 상천역 인근의 한 임야를 구입했지만,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00㎡의 임야가 100만원대라는 말에 솔깃해 계약했지만 현장을 둘러 보면서 바로 사기인 것을 알게 됐다. 토지 대부분 경사가 45도 이상으로 평지가 드물고, 나무들이 빽빽해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업체 직원들이 전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초역세권이라 지목이 산이든 밭이든 모두 개발된다는 말에 속아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 땅에서만 당한 사람이 17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경춘선 상천역 인근의 토지를 매각한 기획부동산은 1만4000여㎡ 땅을 170여개로 쪼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기획부동산의 토지 쪼개기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땅값(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 6.22%로 전국 1위를 기록한 춘천시의 경우, 지난 2007년 560건이었던 토지분할(쪼개기) 허가 건수가 복선전철이 개통된 지난해 712건으로 27% 늘었다. 올해도 지난 2월까지 109건을 기록했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김모(58)씨도 지난해 5월 한 법인으로부터 강원도 평창군 소재 임야 800㎡가량을 3.3㎡당 60만원에 매입했지만 알고 보니 해당 토지는 보존녹지지역에 속한 데다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건축이 불가능한 맹지'였다. 기획부동산 업체가 3.3㎡당 1만원도 안 되는 헐값에 임야를 산 후 수십 배의 가격 부풀린 것이다.

경기도 양평 역시 기획부동산의 활동이 많은 곳이다. 양평군 등에 따르면 양평 주민들이 기획부동산 업체와 연결돼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토지를 저가에 매입한 뒤 지분을 쪼개고 가격을 부풀려 되팔고 있다.

상가 건물을 고시방이나 오피스룸, 원룸 등으로 개조한 후 분양하는 신종 사기도 늘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개별등기'가 가능하다는 말로 분양을 유혹하지만 실제 등기법상 개별등기란 없다. 대다수 분양자들은 개별등기란 말을 ‘구분등기’로 오인해 계약하지만 이는 자신의 재산권을 완전히 보호받지 못한다.

해광부동산정책연구소 이해광 소장은 "기획부동산의 상기 행각은 중개업자나 투자자 모두 한탕주의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토지가격이 적정한지 따져 본 후 본인이 직접 매물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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