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내 5대 증권사가 2010 회계연도 자기매매로 2100억원 이상 손실을 냈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주식·채권 투자 손실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자기매매는 위탁자금으로 수수료 수입을 얻는 브로커리지와 달리 자기자본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수익뿐 아니라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본총계 상위 5개 증권사는 2010 회계연도(2010.4~2011.3) 자기매매로 212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전년 같은 때는 1677억원 수익을 올렸다.
이에 비해 5개사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4680억원에서 1조3027억원으로 11.26%(1653억원) 줄었다. 자기매매 손실을 기타 영업으로 일부 만회한 것으로 풀이됐다.
회사별로는 우리투자증권 자기매매 손실이 1513억원으로 가장 컸다. 5개사 전체 손실 가운데 71.2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우리투자증권은 2009 회계연도에는 자기매매로 266억원을 벌었다.
우리투자증권 영업이익은 2009~2010 회계연도 1943억원에서 1650억원으로 15.08%(293억원) 줄었다. 이 회사는 5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6조7268억원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매매 손실 867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삼성증권도 7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2009 회계연도에 각각 301억원·445억원 수익을 냈다.
반면 대우증권·현대증권은 2010 회계연도 자기매매로 각각 214억원·117억원 수익을 올렸다. 전년 수익에 비해서는 각각 59.49%·15.10% 줄었다.
5개사 전반적으로 자기매매에서 손실을 보인 반면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은 전년보다 325.71% 증가한 2065억원을 기록했다. 자문형랩 투자자 증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됐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이 자산관리 수수료로 969억원을 벌어 가장 많았다. 전년보다 531.43% 늘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353억원·382.01%) 대우증권(370억원·131.97%) 우리투자증권(278억원·451.99%) 현대증권(95억원·95.98%) 순으로 자산관리 수수료 수입이 많았다.
5개사 수탁수수료에서 수수료비용을 뺀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은 1조6597억원으로 전년보다 9.19%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만 전년보다 3.03% 증가한 2799억원을 기록하면서 유일하게 늘었다.
대우증권은 20.31% 줄어든 3671억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대증권은 12.38% 감소한 3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이 5.83% 감소한 3582억원, 우리투자증권은 3.80% 줄어든 3115억원이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증권사도 채권 운용을 늘려 이익을 냈다"며 "반면 2010년 들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손실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자본총계 상위 대형 증권사일수록 채권이나 주식 운용 포지션도 커 상대적으로 많은 손실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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