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 예술의전당에 유물 깜작 기증

경성부 청운동 7호 (조선총독부) 관사에 있는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 앞으로 배달된 황해도 황주군 소재 <성불사(成佛寺) 불상과 석탑등 의 유물 채탁 자료 일괄>과 경주소재 <봉덕사종(성덕대왕신종)의 천인(天人) 유곽(乳廓) 종명(鐘銘) 등 일괄 탁본>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한국 고·중세 금석문(金石文) 탁본 유물과 조선시대 묵적(墨跡) 등 74건 128점의 유물을 기증했다고 박물관 측이 30일 밝혔다.

서예박물관에 따르면 이 회장이 기증한 유물은 금석문 탁본유무 30건 74점(217매), 조선시대 묵적 44건 54점으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 국내외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이중 우리나라 고·중세 금석문 탁본 유물은 모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이자 고고학자로 임나일본부설 등 우리 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 1882~1950) 주도로 채탁(採拓)돼 일본으로 반출됐던 것들이다.
오가와는 1916년부터 1944년까지 28년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로 근무하며 우리나라 사찰의 건축물조사나 고분 발굴 금석문 조사연구 등을 통해 문화재 약탈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이번에 기증된 탁본 유물은 신라 ‘창령진흥왕순수비(昌嶺新羅眞興王巡狩碑)’(국보 33호), 백제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과 ‘당유인원기공비(唐劉仁願紀功碑)’(보물 제21호) 등이다.

성불사 ‘비문과 문양’이나 ‘현화사비명’ 등 현재 북한에 있는 유물들의 탁본도 포함됐다.
기증된 조선시대 문인 도학자 서예가들의 묵적에는 이황의 ‘선조유묵(先祖遺墨) Ⅰ·Ⅱ·Ⅲ)’, 양사언의 ‘노장행 행초’, 허균과 한호의 ‘허교산·한석봉합벽첩(許蛟山·韓石峯 合壁帖)’, 김정희의 ‘추사시고’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처음 공개되는 유물로, 박물관은 “특히 임진왜란 전 유묵으로 양사언, 이황, 한호, 허균의 필적은 희귀해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홍콩에 있다는 이 회장은 “서예는 모든 예술의 토대다”면서 “현대미술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미술이 서예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고 기증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증된 유물은 정리와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기증 상설전시장에서 특별전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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