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의 폭로 이후 한나라당은 그동안 드러난 치부에 패닉 상태다.
민주통합당마저 지금 치러지고 있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가 돌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화염이 걷잡을 수 없게 번지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당대표를 뽑는 데 돈이 오갔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국민들은 정치권에 남아 있던 일말의 희망마저 잃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은 지금까지 총선 패배의 위기감과 불안감에 떨고 있는 의원들에게 '확인사살'을 한 셈"이라며 "이번 일은 같은 정치인으로서 '다 같이 죽자'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통한 '당 간판 바꾸기'로 총선 승리의 기반을 다지려 했던 민주통합당에서도 같은 불길이 번지자 "한나라당 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쯤 되면 정치권에는 '다 같이 죽자'는 공멸의 길만 남았다.
정치권 전체가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죽여야만 하는' 정치권 적자생존의 법칙에 기반한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번 사건의 표적이 된 것이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을 앞두고 친이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그렇다.
또 서울 서초을이 지역구인 고 의원 역시 이곳의 공천을 노리고 있는 박 의장의 먼 친척이자 고향 후배인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의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친이를 청산하기 위한 친박계의 계략이든, 자신의 공천을 위한 고 의원의 '때 묻은' 양심선언이든 이번 사건이 현 정치권 전체에 독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결국 공멸을 불러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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