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문 태도를 문제 삼아 “남측 당국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최근에는 인천의 한 군(軍)부대에서 전시된 ‘대북관 구호’를 문제 삼아 연일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지난 4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는 주민 1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시 군민대회’까지 열렸다.
북한이 문제 삼고 있는 군부대의 ‘대북관 구호’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이 포토뉴스 ‘때려잡자! 김정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언론은 당시 “북한이 한·미 연합 키 리졸브훈련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27일 인천의 한 군부대 내무반 문에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난하는 구호가 나붙어 눈길을 끌고 있다”며 구호가 전시된 내무반을 담은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소개된 사진에는 ‘대대 대북관 구호’라는 제목 아래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사진과 함께 그 아래 ‘때려잡자! 김정일’ ‘쳐!!죽이자! 김정은’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북한매체는 지난 2일부터 ‘최고 존엄 모독’을 거론하며 ‘무자비한 성전(聖戰)’을 치르겠다고 위협하는 등 사흘 동안 이와 관련된 대남비난 보도를 무려 100건이나 내보냈다. 하루에 30건 넘는 셈이다.
북한이 우리 군부대의 구호를 문제 삼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더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쪽이 북한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주변국이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펼치고 있는 ‘통미봉남’과 전쟁 운운 등의 협박은 대화의 진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고 국제사회가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정부의 '그랜드바겐' 정책이 실시되면 가장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라는 것과 비핵화가 진전되려면 남북관계 진전도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언론도 식량난 속에 체제안정과 내부결속이 시급한 북한을 쓸데 없이 자극하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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