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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을 닮은 듯 순정만화같은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린 중국 현대미술작가 시옹위가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가늘고 긴 목을 가진 여자는 커다란 흰 날개가 달려 하늘을 나는 듯 환상적이다. 그녀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철이가 사랑한 여자, '메텔'을 닮았다.
순정만화 한 장면을 캡처한 것 같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중국 작가다. '중국 그림' 고정관념을 깨는 그는 1975년생으로 중국 명문미대 스촨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시옹위'다. 그는 이미 자신의 그림처럼 변화된 중국미술을 알리는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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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위.Through the Night_s Gleam, Oil on canvas, 150x120cm, 2011. |
만화같은 그의 작품은 보석같은 영롱한 눈이 특징이다. 무슨 이유일까.
"우리는 사람의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고 또 서로의 영혼을 교류하게 되지요. 저는 제 그림 속 인물들과 관객들이 최대한 내면의 소통, 영혼의 교류를 이루길 바랬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크고 맑게 표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가늘고 긴 목은 자유로움을 상징합니다. 상대적으로 목이 길고 가늘수록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날개와 빛을 주제로 한 만화같은 그림으로 시옹위는 지난해 아트프라이스닷컴에서 조사한 중국 70년대생 작가중 6위를 기록했고, 세계 순위는 168위에 올라있다.
그동안 알려진 선배세대들의 작품에 배어있는 '정치색'은 찾아볼 수 없다. 시옹위 뿐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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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 출신인 쩡더롱은 어느날 갑자기 화가로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수영선수와 체육교사로 활동하다 2003년 별안간 화가가 된 쩡더롱(37)의 작품은 어떤 고정된 형식을 벗어난채 리드리컬하고 자유롭다.
'개'시리즈로 화단에 데뷔한 그는 3년전부터 '해골'시리즈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집안에 키우던 개를 보다가 화폭에 옮긴 그의 '개'시리즈는 피빛으로 물들어 기괴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개가 감추고 있는 야수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는 쩡더롱은 "그림을 계속 그리기 시작하면서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2006년부터 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왜 사람은 욕망을 갖게 될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했다.
"욕망을 가짐으로 해서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변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망 슬픔, 실연 등에 대한 두려움과 배척심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생겨난다는 걸 깨달았죠. 특히 그 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인간의 욕망을 일으키는 촉진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사망 후 즉 최후의 인간의 모습인 해골을 작품소재로 끌어들였다. 해골 시리즈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 연기처럼 피어나고 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습니다. 요즘에는 더욱 해골을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구현해 내는데요, 이는 인간의 죽음이 결코 추악하고 두려운 것이 아닌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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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쥔(1974) /우, 인 쿤 (1969.) |
국가, 정치보다 '나', '너보다 나'가 더 중요하다는 중국의 70년대생 작품은 이미 '빨간 물'이 빠졌다. 그들은 한국에 알려진 장사오강 위에민준 왕광이 쩡판즈, 펑정지에등의 빨갛고 암울한 정치색이 숨은 작품과 달리 자신이 추구하는 '자아'에 집중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70년대생 작가군을 일컬어 '잔혹세대' 혹은 '만화세대'라고 부른다.
60년대생들 작가들과 달리 자본주의적인 삶에 노출된 세대로 사회에 대한 이념과 정치를 떠났다. 이들은 중국현대사의 격동을 미미하게 겪은 첫 세대이고 정치적 격동은 피한 세대다. 덕분에 젊은작가들은 개인적인 내면세계에 집착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미령 인터알리아 큐레이터는 "이들 작품에선 이전 세대와 달리 정치경제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인간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 첫 세대로 현재 중국미술 차세대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며 "'자기 표현'이 시작된 중국의 첫 세대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작품은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눈부신 윤리학Ⅱ'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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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내에서 불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연구와 당대미술 사이에서 가장 핫 이슈가 되고 작가 찌아강./사진=박현주기자 |
이번 전시는 리지카이, 시옹위, 쩡더롱, 찌아강 인쥔, 그리고 60년대 후반 출생인 인쿤의 작품을 선보인다. '중국 작품'이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준 인쿤의 작품과 다르다.
물론 중국 도자기를 중심으로 둥글둥글 벌거벗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찌아강의 작품은 '중국'이라는 걸 한눈에 알수 있지만 그의 작품 또한 중국인민복을 입거나, 두눈 부릅뜬 채 응시하거나, 흰 이빨을 모두 드러내고 웃고 있는 그림과는 달리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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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강의 도자기 시리즈. |
찌아강(39)은 현재 중국내에서 불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연구와 당대미술 사이에서 가장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작가중 한명이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인간은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걱정, 고통 그리고 압박을 어느때 보다 많이 받았다. 그 시대에 태어난 작가로 격변하는 시대에 직접적인 항거보다는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삶과 사회갈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금박의 화려한 화려한 도자기를 감싸고 있는 도자기 시리즈는 인간이 정해놓은 가치 기준에 대한 풍자를, '장미'시리즈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장미의 화려함과 가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이들 70년대생 작품들은 중국의 암울한 현실이나 정치적 무게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어 인상적"이라며 "특히 동시대 70년대생 작가라고 해도 개인의 경험이나 관점에 따라 대상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모습들에선 앞으로 중국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21일까지.(02)3479-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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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눈부신 윤리학전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왼쪽부터) 시옹위, 찌아강,쩡더롱이 찌아강의 거대한 작품앞에서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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