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식품업체들에게 농협의 출사표는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이같은 농협의 공격적인 행보에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3년 종합식품회사 (주)농협식품을 설립해 쌀가공식품·반찬류·가정 편의식·학교급식 등을 추진해 식품가공 및 유통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사업 확대를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선 단위조합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중앙회가 도맡아 유통을 대행하는 전략이다. 전국적으로 단위조합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공식품 등을 비롯해 총 100여개에 이른다.
또 단위조합의 제품을 선별해 브랜드를 간소화하고 농협중앙회가 통합 브랜드를 구축, 전국적인 유통에 나서는 계획이다. 농협중앙회가 단위조합을 OEM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변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2016년까지 조합(농협)가공공장 28개소를 식품조합공동법인 10개소로 전환하고, 대규모 조합 가공공장 10개소를 식품 자회자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농협중앙회 식품사업부 관계자는 "식품사업을 위해서는 전국적인 유통망이 필수"라며 "하나로마트·하나로클럽 등 기존 유통망을 비롯해 식품기업 인수를 통해 전국적인 영업망과 대리점 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물밑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남 밀양에 가정 편의식가공센터를 건립, 무방부제와 무MSG를 지향하는 가정 편의식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키로 했다. 강원지역본부는 가공식품 브랜드인 '맛고원'을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홈쇼핑 전용 김치 브랜드 '국민김치'도 론칭하는 등 식품사업 기반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농협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식품업체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2000개가 넘는 대규모 유통망을 거느린 농협이 또 다른 유통망으로 재무장해 식품사업을 확장한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단위조합과 연계해 식재료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기존 식품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농협에게 뒤처지게 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미 농협은 국내산 농산물을 단위 조합 자체적으로 유통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하지만 농협이 전국 유통망을 이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역 농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농협은 원재료 구매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단위조합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일반 식품업체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전국유통망을 이용할 경우, 기존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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