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여성학과 교수이자 한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장 교수는 지난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 주최로 열린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연구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굉장히 남성 중심적으로 이뤄져 있다.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하는 인체 해부도와 진단, 아스피린 같은 약 처방기준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남자가 생리를 한다면 생리가 가진 사회적 의미, 처방, 연구 등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이뤄질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한 여성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부인과’라는 부인을 전제로 한 명명이 가진 폐쇄성,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 스스로가 건강을 훼손 하는 사례 등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여성의 건강이 논의 돼야 한다”며 “무리한 다이어트, 성형을 여성이 자발적으로 소비한다고 볼 것이 아니라 외모 중심주의가 여성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는지, 건강훼손으로 인한 저출산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관점의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도 “여성건강의 대부분은 임신과 출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재생산뿐 아니라 이를 통제할 권리와 모자보건도 함께 고려 될 수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모자보건이란 유아의 건강은 모성의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아래 모자를 대상으로 일관된 보건, 건강진단, 의료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 소장은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에는 1970년대부터 정부차원에서 모자보건과 여성건강 계획이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건강은 사회적 환경뿐 아니라 여성, 남성 등 집단 내부적 차이도 중요하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건 정책, 젠더와 건강의 관련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업국장은 “유아, 어린이의 경우 이미 출산 시부터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차별, 성폭력 등과 같은 문제에 노출돼 있다"면서 "가임기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 성학대, 임신관련 질환 측면에서 접근해야하고 노년기는 유방암, 폐경관련 우울증, 비뇨계 질환 등에 대한 맞춤식 건강 연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경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여성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체는 관련 당사자들의 꿈을 통솔할 수 있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며 “의료 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여성 보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법과 인식의 확산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원은 “여성의 건강문제를 정책화하기 위한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는 점은 역사적인 일”이라면서도 “오늘 의원님들이 많이 흥분했다. 원래 의원님들은 유권자가 많으면 흥분하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포럼에는 이병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강은희·주영순·신경림 의원, 민주통합당 오제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김상희 의원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관계기관, 해당분야 종사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바쁜 일정으로 포럼 중간에 기념촬영이 이어져 흐름이 끊기는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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