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은 18일 울산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공장 증설 준공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석유화학 중심이 원가경쟁력 때문에 미국에서 중동으로 이동했다”며 원가 중심의 세계 흐름에 대응해 “한국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사장은 “미국도 셰일가스 개발로 60년대 전성기의 원가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중동산은 폴리에스터(PE) 제품의 경우 세계 판매비중이 2007년 13%에서 2015년 20% 이상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케미칼은 그 대책으로 중동과 미국 등에 직접 진출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EVA/LDPE(저밀도폴리에틸렌) 병산 20만t 규모의 합작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고부가 특화제품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날 4만t을 증설한 EVA는 고부가 특화제품으로서 이같은 의미를 갖는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증설로 국내 총 16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EVA는 태양전지, 전선, 코팅 등에 사용되는데, 한화케미칼은 이번 증설로 연간 1000억원의 추가매출을 기대한다.
여기에 사우디 공장이 추가되면 EVA 생산력은 현재 세계 5위권에서 2위로 도약하게 된다. 방 사장은 “2013년 9월 사우디 플랜트가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EVA 생산능력은 31만t이 돼 듀폰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이 EVA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EVA는 범용제품 대비 부가가치가 높아 경기가 좋을 때는 이익률이 크게 차이나며, 경기가 안 좋을 때도 가격 하락폭이 적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이나 투자비 등 진입장벽도 높다. 특히 VAM(비닐아세테이트 단량체, Vinyl Acetate Monomer) 함량이 22~40% 정도인 제품을 특화제품이라 하는데, VAM 40% 이상 포함된 고함량 제품은 한화케미칼과 듀폰, 토소 등 일부 기업만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케미칼은 듀폰과 함께 저함량과 고함량 모두 생산 가능해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점도 지닌다.
한화케미칼은 또 EVA 플랜트를 100% 자체 기술로 건설해 투자비, 운영비 절감 및 기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감소, 원가 압박, 중동산 저가제품 공세로 겹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고부가 제품 생산확대를 통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그룹 내 태양광 사업 시너지도 기대한다. 현재 한화케미칼에서 생산한 EVA 수지를 한화L&C가 시트로 만들고, 한화솔라원이 태양전지에 이 시트를 사용하는 수직계열화가 형성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전지 EVA는 VAM의 함량이 높을수록 투명해지고 접착력이 좋아 태양전지의 효율증대에 기여한다”며 “태양광 시장이 회복되고 성숙해 질수록 고품질 EVA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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