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매년 명절마다 의·약사들에게 제공했던 선물과 프로모션을 일부 또는 전면 취소했다.
일부 업체는 영업 및 마케팅 부서의 추석선물 예산을 아예 없애고, 영업지점과 영업사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돌리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약가인하와 경기침체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본 제약사들의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영업환경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업계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2010년 말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많은 논란과 시행착오 속에 업계에 뿌리내리며,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9월 개정 의료법의 하위시행규칙(복지부령)을 통해 설과 추석에 제공되는 10만원 이하의 명절 선물만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규제개혁위원회가 하위법령 중 명절선물, 경조사비 등의 내용을 리베이트 제외조항에서 삭제하면서 기준이 다소 애매해진 상태다.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내 임직원몰 등을 통한 선물 제공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사적으로 명절 선물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는 명절 선물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케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어설프게 명절 마케팅을 진행해 낭패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한국제약협회까지 나서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를 추진하며 이러한 추세에 힘을 보탰다.
최근 일부 제약사 주최로 열린 의사 및 약사 대상 행사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의료계에서도 명절 선물이나 마케팅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 1~2주 전이면 선물 꾸러미를 든 제약사 영업사원들로 로비나 연구실 복도가 꽉 차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며 "특히 올해는 지난해 추석이나 지난 설에 비해 그 수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일부 교수들은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 방침이나 업계 분위기가 명절 선물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해도 매출이 큰 거래처를 신경쓰지 않았다가는 자칫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올해부터 명절 판촉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원이 끊긴 상태라, 대형 거래처 위주로 자비를 들여 성의 표시를 하고 있다"며 "회사의 방침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 받는 영업사원들은 추석과 같은 명절을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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