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율이 높을수록, 국내 경제가 세계 경기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주식과 외환, 채권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덩달아 확대된다.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3분기까지 57.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4분기 비율 역시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 비율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출 비율이 상승한 것은 정부의 정책과 세계 경제의 호황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수출길을 열어줬다. 이어 수출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도록 고환율 정책을 지지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등 해외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은 더욱 늘었다. 미국은 '부동산 버블'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역할을 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한국으로부터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입했다.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곧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경우 수출이 받는 타격이 높아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민규 연구원은 "수출 의존형 경제라는 것은 외국의 경기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경제 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해 스스로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무역수지는 28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전년보다 1.3% 감소했고 수입도 0.9% 줄었다.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수출이 부진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올해에도 한국 수출의 여건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은 소비 완제품 수입 비중이 낮아, 성장세가 회복되더라도 국내 기업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미국 또한 과거처럼 경상수지 적자를 용인하면서까지 소비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를 통한 국내 경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로 중산층을 강화해 소비를 늘리고, 서비스산업 선진화로 내수 시장을 키우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복지를 늘리고 재정에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사람들의 소비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교육, 문화, 여행, 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으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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