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과 북한, 미국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한반도의 위기국면을 6자회담 재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북핵·대북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번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고, 현재의 대치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바탕을 둔 우리 측의 대화 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고 핵 군축 회담만 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도 중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한·미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북한·미국 등 당사국들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다자 또는 양자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외교 라인과 국방 라인을 동시에 가동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북한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전략적 불신이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다웨이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것과 동시에 미국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 양국 군사협력 방안 등 의견을 나눴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미국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군사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대화를 다각화해나가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실패는 전략적 불신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미 합참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중국 봉쇄 정책이 아니라고 직접 전달한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이어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대북정책에 대한 서로의 입장만 주고 받았을 뿐"이라면서 "이번 대화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 설득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그대로 가져가진 않겠지만 한·미·중 간 각자의 입장이 조금씩 조율된 내용을 들고 갈 것"이라며 "북한도 현재 고민하고 있을 테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6자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에 대해 "그리 빨리 6자회담 재개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이 기회"라며 "우리 정부가 균형을 잡고 주도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이끌어 간다면 우리의 위상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그 가능성 역시 높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