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은 금융위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칫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금융사의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란 위치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할 두 기관 간의 갑을 관계가 짙어질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내에 설립하는 1안과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2안으로 구분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 TF는 금융사에 대한 제재 심의를 금융위 산하 제재소위원회에서 처리하거나 금융위에 전담 사무처를 두도록 했다. 결국 금감원은 검사만 담당하고, 제재 권한은 금융위로 넘긴다는 것이다.
제재권을 빼앗길 금감원은 허탈하고 황당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권을 금융위로 넘긴다는 TF 발표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도 반발했다. 노조는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 제재권까지 금융위가 가져가면 금감원은 금융위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위가 개혁대상에서 빠진 것은 관료의 횡포"라며 "개혁방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비판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관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은 마치 금융당국 내에서도 갑을 관계를 은연중 조장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금융위의 권한이 비대해질 경우 금융사에 대한 관치 가능성도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금융소비자 단체 역시 이번 선진화 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선진화 방안에는 금융소비자가 아닌 금융위가 중심에 있다"며 "금융위의 위상을 견고히 하는 데에만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소처가 금감원에서 완전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져 금감원의 업무영역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금융위로부터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금소처를 금감원 내에 두면 금감원의 지시를 받게 돼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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