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제품을 바닥에 쏟고 있다. |
'갑'의 눈치를 보는 대리점으로서는 제품대금 정산내역에 대한 확인·승인 과정없이 신용카드사의 청구금액을 고스란히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남양유업과 유사한 제품대금 정산결제 시스템이 유업계에 만연돼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검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조사를 보면 남양유업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35개 분유대리점을 제외한 1849개 대리점에게 GT우유·불가리스·이오·커피류 등 26개 품목을 밀어냈다. 또 대리점들이 반품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반품 제한 정책을 통해 손발을 묶는 등 규칙을 적용했다.
하지만 대리점들은 주문하지 않은 밀어내기 물량에 대한 선결제 조치로 인해 항의 또는 대금 반환 요청 등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 간 제품대금 정산결제 시스템은 본사가 지난해 삼성카드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 제품 대금 청구금액을 삼성카드가 우선 대납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후 카드사는 각 해당 대리점에 제품 대금을 후 청구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대리점들은 밀어내기 대금을 카드사에 납부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대금 연체 등 신용불량자가 될 이중고에 놓였다.
특히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파견한 진열 판촉사원의 임금도 50% 전가시켜 마진은 커녕 '을'의 분노가 터진 셈이다.
물품대금 결제 시스템은 최종적인 제품주문량·정산 대상인 대리점장이 확인 후 승인해야하나 남양유업은 이들의 눈과 입을 막은 격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신용결제 방식을 택한 남양유업 대리점은 90%에 육박한다.
따라서 공정위는 대리점에 공급한 물품대금 결제 시 제품 주문량·공급량 및 대금 산정근거 등을 대리점이 확인·승인한 후 대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결제방식을 변경하고 시정 내용을 보고하도록 했다.
고병희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본사와 대리점 간 물품대금 결제 시에는 정산 대상이 되는 대리점장이 먼저 확인 후 승인해야 카드 승인번호가 떨어지도록 정산결제시스템이 이뤄져야한다"며 "유업계의 다른 업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파악해 문제가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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