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황에도 명절은 기뻐… "전통시장 모처럼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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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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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추석을 앞둔 마지막 주말. 전통시장 분위기는 모처럼만에 활기가 넘쳤다.

지난 14일 찾아간 서울 종로 광장시장은 오전임에도 벌써 전·부침개·메밀전병 등의 음식들이 만들어지면서 곳곳에 고소한 기름냄새가 번져나갔다.

이곳에서 17년째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씨(여·45)는 "오전부터 비가 많이 내려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 다행"이라며 "정신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9시간이나 쉬지 않고 불 앞에 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과일가게 주인 홍모씨(65)도 "오전에만 과일 선물세트를 10개나 팔았다"며 "주로 5만원짜리 사과·배와 포도·거봉 세트가 잘나간다"고 말했다.

22년째 생선을 팔아온 박모씨(71·여)의 손은 동태포를 뜨느라 쉴 새가 없었다. 그가 손질한 명태와 황태 등은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에게 곧바로 팔려나갔다. 박씨는 "추석과 설 같은 대목 때나 돼야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는다"며 "오늘처럼 손님이 많은 날은 한 해 농사 지은 것을 수확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23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씨(여·59) 곁에는 택배 전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장씨는 "평소보다 두세 배는 더 바쁘지만 모처럼만에 신나게 일하고 있다"며 "오늘만 같으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도 푸근한 인심과 전통시장에서 풍기는 '사람 냄새'에 즐거워했다. 또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손님들의 마음을 더욱 즐겁게 했다.

과일가게로 들어선 한 손님은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과일가격에 미소를 지었다.

이 과일가게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8·여)는 "전 품목을 살펴봐도 기껏해야 지난해와는 5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소매로 파는 거라 더 받아야 하지만 비싸면 시장을 누가 오겠느냐"고 전년 대비 가격 동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사과는 개당 크기에 따라 2000∼5000원, △배 3000∼5000원 △감 1000∼1500원 △대추 400g 3000원 △포도 1송이 5000원으로 일부 대형마트보다 저렴했다.

부침개 구입을 위해 20분째 줄 서 있다는 이모씨(65·여)는 "매년 명절 때마다 전 부치는 게 일이었는데 올해는 아이들도 안온다고 해 사다가 먹어볼까 한다"며 "눈에 보이는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주니 걱정하지 않고 구매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로 인해 생기는 고객들의 짜증은 이제 옛말이다. 서울시에서 전통시장 인근 도로 주차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날 부모님과 아들아이 손을 잡고 나온 한모씨(38·남)는 "주차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인근 도로 주차를 서울시에서 허용해 불편함이 없었다"며 "값도 저렴한 데다 불편함도 없고, 볼거리도 많아 아이도 좋아한다.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전통시장에 나오면 거의 썰렁했는데,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 "확실히 전통시장 물건값이 백화점보다 싸고 또 할인과 서비스도 푸짐한 만큼 앞으로도 많은 손님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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