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부가 발표하는 전력 예비율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로 블랙아웃 또 다시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력당국은 실제 생산 가능한 총 발전량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통계치로 전력예비율을 운영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제구실을 못하는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으로 국민을 속여 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발전기 용량시험 시행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기별 최대 출력을 모두 1486회에 조사한 결과 무려 14.4%인 199회가 발전량 부족으로 불합격 처리됐다.
불합격 발전기는 한전산하 5개 공공 화력발전소와 6개 민간발전소 모두에서 발견돼 국내 전력 설비용량이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력당국은 그동안 4초마다 1회씩 EMS를 이용해 발전기마다 출력을 체크하고 출력지시를 할 수 있어 정확한 발전량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더욱이 한국형과 차세대 EMS를 만든다며 2차례에 걸쳐 500억 원이 넘는 돈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발전기별로 1시간 전 예고를 주고는 전날 계약된 입찰량을 출력토록 지시한 조사에서는 7대 당 1대꼴로 발전량이 허용오차를 넘어 불합격 처리됐다.
특히 그동안 발전기별 용량시험의 관련규정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아 전국의 발전기들이 실제로 낼 수 있는 최대출력이 얼마인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발전기별 실제 출력 대신 설계출력을 근거로 최대출력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최대출력을 조사하는 방법 역시 발전소별로 전화를 통한 수동 급전지시로 이뤄지고, 별도의 계량기를 조사 받는 방법으로 이뤄져 EMS에 의한 자동제어가 가능하다는 전력당국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불량발전기는 한전 산하 공공발전사와 민간발전사 모두에서 적발됐다.
공공발전사 가운데 서부발전 군산복합발전기는 지난해 3월 1시간 전에 예고를 하고 진행된 최대발전량 조사에서 입찰 대비 3.2%(24.8㎿h)를 적게 생산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중부발전 보령화력은 4.9%(24.7㎿h)를, 남동발전 삼천포 발전소는 4.1%(21.6㎿h)를, 동서발전 울산발전소는 4.2%(14.2㎿h)를, 남부발전 하동발전소는 3.8%(19.0㎿h)씩 출력을 채우지 못했다.
민간발전에서도 포스코파워, 무림파워택, GS파워(부천복합발전), SK-ENS(광양복합) 등 상당수 발전기가 입찰량을 내고는 출력을 채우지 못해 불합격 처리됐다.
국내 발전기들이 설계출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국민만 모르고 이미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사들에게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 9.15 순환정전 당시에도 입찰량에 미치지 못하는 9개 발전사 34개 발전소가 54만㎾를 적게 생산하다 적발됐지만 8개 발전사에만 5000만원의 자율 제재금을 부과하고 쉬쉬하며 넘어갔다.
불량발전기들은 입찰보다 발전을 적게 할 수 밖에 없는데도 혈세로 각종 보조금까지 받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드러났다.
국내 전력시장은 입찰에 참여한 모든 발전기에 대해 가동여부에 관계없이 용량정산금(CP)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전력거래소는 규정타령만 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적발된 시간의 CP만 공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99개 불합격 발전기에 대해 보조금 회수는 조사시간(1시간)에 발생한 CP 1100만원뿐이었다.
박완주 의원은“국내에서 가동되는 발전기 7대 가운데 1대는 불량이라는 조사결과가 어이없고 전력당국의 예비전력량 또한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그동안 국민을 속여 온 사실을 사과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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