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력안정의 파수꾼, 청평양수발전소를 가다

아주경제(청평) 신희강 기자= 6일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인근, 호명산(虎鳴山)이 웅장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호랑이 울음소리가 잦아 이름이 붙여진 호명산자락 끝에서 3시간 남짓 걸어 정상에 오르자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하는 드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호명호수’다.

호명호수는 전력공급을 위해 청평댐 물을 끌어올려 조성된 인공호수로, 한국수력원자력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다.

또 호수 한가운데 유유히 떠있는 초대형 거북이(수면 부유식 태양광 발전시설)는 길이 18m, 폭 10m의 태양광 집열판을 등에 매고 5.2kW(215W짜리 태양광 모듈 24장)의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호수를 지나 산 아래로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자 양수발전소로서는 국내 최초이자 동양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청평양수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980년 4월 준공된 청평양수발전소는 당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건설됐다.

 

청평양수발전소 항공사진.


◆ 전력수급 조절하는 전기저장 창고…전력수급 3분대기조

해발 535m에 위치한 청평양수발전소의 설비용량은 40만kW(20만kW 2대)로 총 저수량은 267만톤, 중앙심벽식 구조로 돼 있다. 48도 각도로 기울어진 732m의 관로는 상부저수지인 호명호수의 물을 지하발전소로 보내거나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1.3km의 지하터널 안에 있는 발전 시설의 수문 밸브를 열면 육중한 터빈이 빠른 속도로 윙윙거리며 회전하고 있다. 전기는 쓰고 남는 것을 보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심야시간대의 여유 있는 전력을 이용해 산 아래 청평호수의 물을 이 호수로 끌어올려 저장해 놓고, 필요시 저장된 물의 엄청난 낙차를 이용해 상당히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양수발전소는 전력수요를 늘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타 발전원과 달리 전력을 간접적으로 저장해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등 대용량 발전소의 고장 등으로 전력계통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경우 전압과 주파수 조절을 통해 고품질의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설동욱 한수원 청평양수발전소장은 “매 순간 전력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해야만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공장이나 제품 생산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되며,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6일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 청평양수발전 지하 주 터빈실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왼쪽)이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대규모 정전사태시 ‘불쏘시개’ 역할 …전력수요 피크의 마지막 보루

양수발전소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국가의 모든 전력이 상실됐을 경우에도 양수발전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체 전력이 사라졌을 경우 가장 빠르게 전기 생산이 가능한 양수발전이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실제 양수발전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시간이 불과 3분 정도로 돌발적인 사고 등으로 갑작스런 부하 변동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보통 원전 가동 후 24시간이면 최고 출력 도달, 화력은 5시간, 복합화력은 1시간30분 정도와 비교했을때 언제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수발전이 전력계통 ‘3분 특공대기조’ 또는 전력계통 ‘구원투수’로 불리는 이유다. 이 같은 양수발전소는 현재 국내에 청평을 비롯해 삼랑진, 청송, 산청, 무주, 양양, 예천 등 7곳에 있다. 이들 총 설비용량은 470만㎾로 원자력발전소 5기의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며,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전력공급의 최종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양수발전소가 여름 및 겨울철 전력수요 피크시 예비전력의 마지막 보루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올해 여름이 빨리 찾아오는데다 폭염이 심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벌써부터 전력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전력계통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담당하는 양수발전소가 제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토록 함으로써 전력위기 극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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