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 사상전향 공작 희생자에 배상하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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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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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박정희 정권 당시 사상전향 공작에 견디지 못하고 옥중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우리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사상전향 제도의 기원은 일제시대 사회주의자들과 조선의 독립군을 억압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치안유지법에 있다. 1933년 일제는 '사법당국통첩'을 제정, 구속된 사상범들에 대해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을 석방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같은 전통은 해방 후에도 그대로 수용돼 간첩 및 좌익사범들에게 적용됐다.

사상전향 제도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1998년 7월 폐지됐다. 이후 전향서 대신 준법서약서를 작성하는 제도가 신설됐으나 2003년 7월 이 역시 사라졌다.

교정당국은 전향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급식, 면회, 운동시간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가석방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 때리고 고문하면서도 몸이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가족을 동원해 전향을 권유하기도 했다.

특히 1970년대 초 정부는 대전, 대구, 광주, 전주 등 교도소에서 전담반을 구성해 체계적인 전향 공작을 벌였다. 폭력 전과가 있는 일반 재소자를 앞세워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된 권모씨는 심각한 고혈압 상태에 있었는데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시로 불려가 사상전향 심사를 받았다. 권씨는 1972년 2월 옥중에서 고혈압에 의한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10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끝내 숨졌다.

이밖에도 최씨, 김씨, 이씨 등도 권씨와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2010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부가 사상전향 공작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아냈고 2012년 12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이성구 부장판사)는 희생자 4명의 유족 8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5억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상전향 제도는 수형자들의 사상적 판단에 대한 표현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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