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산株 추가 매각 처지, 이재용 지배구도 영향 제한적

삼성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위원회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도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울러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 등에 따라 새롭게 검토절차를 진행한 결과이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고리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며 총수가 적은 지분만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공정위는 이날 2015년 가이드라인의 합병 후 순환출자에 대한 여러 쟁점 가운데 '고리 내 소멸법인 + 고리 밖 존속법인'에 대한 판단이 당시 잘못됐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 사례를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번에는 순환출자 '형성'이라고 정정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형성'과 '강화'는 처분에 큰 차이가 있다. 합병으로 순환출자를 형성했다면 계열출자를 한 회사가 취득 또는 소유한 주식 전부를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은 예규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된 유권해석에 따라야 하게 됐다. 다만 해당 시점으로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될 예정이다. 예규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후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할 전망이다.

예규가 확정되면 기존에 '강화'로 봤던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고리가 '형성'으로 바뀌면서 삼성SDI가 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2.1% ·20일 종가기준 5천276억원어치)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 이 부회장을 중심의 삼성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 17.08%를 가지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 등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을 모두 합하면 지분율이 39.08%에 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추가 매각 논의 대상인 삼성물산 주식은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이 공정위의 추가 매각 명령에 따르더라도 현재의 구도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들이 합병 후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는 없었다고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청와대나 경제수석실에서 해당 건에 대해 관심 있어 한다는 것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차관급인데 장관급인 내게 외압을 넣었다면 오히려 화를 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처분 주식 수가 변동된 것은 법 해석상 문제에 따른 자체 판단"이라며 삼성의 로비 때문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의 해석이 정권에 따라 바뀌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공정위는 2015년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외에 삼성전기 보유 500만주도 처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뒤 해석을 달리해 500만주만 처분하도록 번복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해석을 달리하며 결정을 뒤엎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법이라면 누가 집행하든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돼야 기업하는 입장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며 “이 법의 해석이 또다시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 형성·강화 이슈가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공정거래법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2014년 7월 시행됐지만 법 집행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2015년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고려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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