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다. 국내에 흩뿌려진 온·모바일 영어교육 영상과 오프라인 교재 등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누구든 적잖은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떠돌아 다니는 영어 콘텐츠만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뛰어난 회화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해외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이처럼 영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제대로 된 영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최초 영어교육 전문대학원 IGSE를 이끄는 안영수 총장은 “고급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문법 같은 학문 위주의 교육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안 총장은 "지금 영어는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너무 많은 방법이 있다”며 “그런데 다양한 콘텐츠와 국내 영어교육 열기에도 한국인의 실전영어 실력은 세계 하위권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영어교육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안 총장이 IGSE 총장에 취임할 때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축사를 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고향(충북 충주)에서 함께 영어공부를 하며 시작된 이들의 우정은 6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안 총장이 취임하면서 IGSE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바로 교육과정이 실무위주로 재편된 것이다. 단순히 학문 중심 교육을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디지털 영어교육 콘텐츠 기획능력이나 실용적 영어교육 지도 능력을 배울 수 있게 됐다.
그는 영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력‧인성‧공감능력‧협동심까지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연극을 활용한 영어교육’을 도입했고,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우수한 통번역 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해 한영통번역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IGSE의 변화와 도약에는 ‘나무는 키우는 데 10년, 사람은 30년이 걸린다’는 안 총장의 교육철학이 묻어 있다. 그의 저서 <다른 이름으로 다시 나를 돌이키면>에도 교육에 대한 한결같음을 엿볼 수 있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 방법으로 수업을 하고 시험도 객관식으로 보니 찍기 기술만 늘고 개인의 사고력과 추리력은 뒷전에 처져 있다. (중략) 어렸을 때의 적성이나 창의성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 졸업과 함께 대부분 소실되고 오직 사회가 요구하는 취업의 기술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잔재주를 배우면서 어른이 된다.”
IGSE의 교육과정이 영어만 가르치는 게 아닌, 학생들의 창의력까지 길러주는 교육을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안 총장은 2016년 계간지 <문학시대>로 신인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안 총장은 IGSE의 교육과정을 현장 수요를 반영해 유연하게 운영하고, 입학생 국제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내년엔 한‧베트남 통번역전공을 국내 최초로 신설한다.
안 총장은 “고급 영어 배우려면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기존 정형화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기업‧교육현장의 수요에 따라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영어교재개발‧교육연극 강점을 살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해 아시아권 영어교육의 메카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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