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이같이 밝혔다. 대한항공 최고경영자가 일본 관련 피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외 발언을 많이 하지 않는 우 대표가 현 상황을 가감없이 전한 것은 유례없는 위기에도 항공업계가 정부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3분기 암울···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마찬가지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10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3808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형항공사(FSC)들은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인한 피해가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화물운송 감소, 유류 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로 직접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영세 여행업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어 항공업계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다. 그나마 기존 노선 변경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지만,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대한항공은 변화와 신사업 등을 통해 위기의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우 부사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롭게 준비하는 사업도 있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서도 그룹의 수장인 조 회장과 우 부사장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체질 개선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화물 부문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지난 1일부터 국내선 청주·대구·광주공항의 화물판매와 운송, 터미널 운영을 중단했다. 일본 노선도 대폭 조정했다. 지난달 16일부로 부산~오사카 노선(주 14회) 운휴에 들어갔으며, 11월 1일부터는 제주~나리타 노선(주 3회), 제주~오사카 노선(주 4회)도 중단한다.
지난 상반기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미주, 유럽 등 주요 노선을 제외하고 국제선 노선 좌석 운영 방식을 기존 3클래스(일등석·프레스티지석·일반석)에서 2클래스(프레스티지석·일반석) 체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영구채는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자본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최초이자율 연 4.6%에 1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모두 판매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 심리가 악화된 데다 기존 악재들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한·일 갈등으로 인한 주요 피해자 중 하나인 항공업계를 위해 세제 혜택 등 현실적인 지원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신형 여객기 'B787 10'. [사진=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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