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화되자 시장에서는 SK, 한화, 롯데 등 주요 대기업그룹을 인수후보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인수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으며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애경그룹이나 HDC현대산업개발 등 기존에 거론되던 대기업그룹보다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원매자뿐이었다. 예비입찰 후 실사에서도 이들 인수후보자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정보공개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이 외부로 알려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 때문인지 채권단도 매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분리매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없다"며 매각 성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현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는 "아직 일괄매각이 매각 가치를 높인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분리매각도) 대안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등]
일괄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에어부산도 지난해 상반기 176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는 231억원 적자를 내는 상황에 몰렸다. 같은 기간 에어서울은 36억원 적자 상태에서 3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대세에 영향을 줄 만한 이익 규모로 보기 어렵다.
문제는 올 하반기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과 관계 경색, 홍콩 시위 등으로 항공사의 적자폭이 커질 것을 우려해야할 처지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최대한 이익을 내야하는 금호산업과 달리 매각의 성사를 우선해야 할 채권단 입장에서는 분리매각을 검토해볼 만한 상황이다.
다만 당장 분리매각으로 방향이 바뀌기보다는 유찰 이후 방침이 변경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진행될 본입찰 결과 한꺼번에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를 사겠다는 원매자가 없다면 그 이후 분리매각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등이 하반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여 본입찰이 흥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3개나 되는 항공사를 인수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분리매각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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