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제로금리] 시중은행·보험사 ‘실적방어 초비상’ 카드사는 ‘표정 관리’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금융사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다양한 악재들이 맞물리며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카드사들은 조달 금리 하락 외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일단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연 1.25%에서 연 0.75%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중은행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상이다.

최대 악재는 ‘예대 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 축소다.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 및 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각 은행 간 경쟁 심화로 예금 금리는 적게 줄이고, 대출 금리는 크게 줄이는 흐름이 불가피한 게 문제다. 이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내려가면 각 은행별 예대마진을 포함한 순이자마진(NIM)은 0.06% 포인트 낮아지고, 순이익은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의 상황들도 좋지 못하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연체율 관리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대출을 받은 사업자의 실적 악화가 결국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은행마다 대출 관련 지원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도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비이자수익 역시 원활한 흐름을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발생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로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상황이 훨씬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며 “현재로선 보수적인 경영을 전개하며, 상황에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객 보험료를 굴려 재정을 운영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동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우려가 큰 대목은 ‘공시이율’ 하락이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를 뜻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금리 하락, 공시이율 인하 순으로 이어진다. 보험사 입장에선 공시이율이 떨어지는 만큼, 판매 상품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도 문제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보험사 자산 운용의 핵심인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 금리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2016년 3%대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상품 등으로 역마진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과거 생보사들은 5% 이상 확정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대량으로 판매한 바 있다. 당시에는 금리가 높아 자산운용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제로 금리에도, 높은 금리의 보험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악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존에 세워뒀던 경영전략을 모두 손봐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저금리 상황에 내심 안도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향후 조달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 AA 카드채 5년물 평균 금리는 1.85%다. 지난해 4분기보다 0.14%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전날 0.5%포인트 낮아졌기에 조달비용은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신규 조달금리가 0.1%포인트, 총차입금리는 0.03~0.04%포인트 내릴 것으로 봤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조달금리가 총차입금리를 크게 밑돈다”며 “총차입금리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예금이 줄고, 소비 진작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긍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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