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가 하락을 떠받친 스마트 개미들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들이며 증시 상승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코로나19 폭락장 기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개미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매수 규모는 약 896억원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1.09%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외에도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전자 우선주, 네이버 등을 주로 사들였다. 한편 주가가 과열됐다는 판단에 따라 지수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늘며 'KODEX 200선물인버스2X'도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사자' 행렬에는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얻은 자신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평가된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수했던 개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코스피 반등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19일부터 이날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개별 기업 중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두 종목을 각각 1조3286억원, 6777억원 사들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4만2950원에서 5만5500원으로 29%가량 상승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3만545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약 35% 올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위에 꼽힌 종목들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오히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주가가 회복되며 상승 폭이 더 컸다. SK는 주가가 6만5900원에서 25만3500원으로 약 137%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2차전지 수요 확대가 예상되며 삼성SDI(110%) 주가도 크게 올랐다. 카카오(90%), 네이버(65%)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를 제외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68%를 기록했다.
다만 증시가 급격한 반등에 성공하며 지수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 ETF를 포함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차지했다.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면 그 비율의 두배만큼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도 각각 순매수 6위와 9위에 올랐다. 세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46%로, 가장 성적이 저조한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59%가량 하락했다.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인 'KODEX WTI원유선물(H)'도 순매수 상위 3위를 차지했으나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19일 이후 가격이 약 22% 내렸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연장에 합의하며 국제 유가가 일부 반등했지만 여전히 연초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대형주에 집중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 사들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한편 카카오와 네이버, 셀트리온 헬스케어 등에 대한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를 2916억원, 네이버를 529억원 순매수했다. 두 종목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2위와 9위에 올랐다. 반면 그간 '동학개미운동'의 핵심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순매도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장 중 2200포인트를 찍는 등 '동학개미운동'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버스 ETF를 고려하면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평균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수익이 났겠지만 인버스 ETF 로 손해를 확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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