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며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TF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운용보수도 앞다퉈 인하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일 김두남 ETF컨설팅본부장을 신임 상무로 선임했다. 김 상무는 2007년 삼성운용에 합류한 뒤 국내 최초로 해외지수에 기초한 ETF를 출시한 인물로, 올해 초 상품 개발을 지휘하는 ETF컨설팅본부장에 임명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삼성운용이 ETF시장을 선점한 뒤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인사"라며 "이번 임원 인사도 향후 ETF 부문에 보다 힘을 실어주는 조치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운용에 이어 ETF시장에 진출한 주요 운용사들도 최근 ETF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운용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조만간 조직 개편에서 ETF 관련 팀을 신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본부 3개 팀인 운용본부와 3본부 3개 팀인 마케팅본부를 모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B자산운용도 최근 ETF 전략팀을 전략실로 확대하고 컨설팅, 상품, 영업팀으로 산하 조직을 세분화했다.
ETF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가며 운용사들도 조직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약 49조9000억원으로, 작년(45조8000억원)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형성 초기인 2010년 순자산총액이 10조원에도 못 미쳤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10년 사이에 5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직접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공모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수수료 인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출시하며 연 수수료를 0.07% 수준까지 낮추자, KB자산운용도 유사한 상품을 0.07%의 수수료로 내놨다. 이들 운용사가 인하 경쟁에 돌입하자 미래에셋운용도 자사 'TIGER미국나스닥100 ETF'와 'TIGER미국S&P500 ETF'의 보수를 0.07%로 낮췄다. 업계 1위인 삼성운용 역시 지난달 총보수 0.09% 수준의 신상 ETF를 출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삼성운용이 1위 자리를 고수하며 ETF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다는 점이 경험적으로 입증됐다"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운용도 과거 보수 인하 전략을 썼는데 이를 후발주자들이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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