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유럽 시가총액(시총) 1위 자리를 영국에 내줬다. 극우 돌풍 등 정치적 불안에 투자자들이 프랑스 주식을 대거 매도한 영향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프랑스 시총은 약 3조1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의 시총 3조1800억 달러보다 낮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에 영국을 제치고 유럽 시총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영국에 왕좌를 내주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영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시총 5위이고 프랑스는 6위이다.
프랑스 국채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소시에테제네랄, BNP파리바, 크레딧에그리꼴 등 은행주는 10% 넘게 하락했다. 또한 고속도로 운영이 국영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인프라 회사인 빈치와 에파주의 주가 등이 부진하며 프랑스 주가지수 CAC40은 지난 1주간 6% 이상 급락했다.
더딘 중국 경제 회복으로 인해 프랑스 명품주들이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도세에 불을 지폈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연료 판매세 폐지 등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주식 시장이 총선 기간 내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둘러 주식 매수에 나서지 말란 조언이다. 프랑스 총선은 오는 30일과 내달 7일로 예정돼 있다.
카이로스 파트너스 소속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베르토 토치오는 "우리는 향후 3~4주 동안 확실성이 없는 시기에 있다”며 “불행히도 시장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도 내달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셸, 유니레버, 롤스로이스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영국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상승세를 탔고, FTSE1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내달 총선은 브렉시트 이후 최대 정치적 변화가 될 수 있는 만큼, 영국 주식도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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