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전망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파트를 지을 것입니다. 그럼 강북구는 물론 서울에서 유일하게 북한산을 정원으로 하는 숲속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겁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지난 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북구의 최대 강점은 '숲세권'이 가능한 도시"라며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뿐만 아니라 난개발을 지양하며 북한산에 대한 조망권까지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한 개발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구청장 취임 후 지난 6월 27일 구민들의 숙원사업이던 북한산 고도 제한이 33년 만에 완화돼 지역 발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지구중심 이상 역세권 정비사업에선 평균 45m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지역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개발이 어려웠던 삼양동, 수유1동, 우이동, 인수동 등에서 추진되는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7월 3일 서울시 신통기획안이 발표된 미아동 소나무 협동마을은 고도제한 완화가 적용된 첫 사례로 최고 25층, 약 2500가구 규모의 힐링 주거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수십년간 고도제한으로 묶여있던 강북구 개발이 물꼬를 연 데엔 이 구청장의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구청장은 "취임 직후 15일째 되는 날 우리와 같이 북한산 고도제한 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도봉구와 사안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며 "우리 측 구민 3만4000여 명의 성명서와 도봉구민들의 성명서를 각각 서울시에 제출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을 만나 강북구 내 주택들이 노후화돼 구민들의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고치는 것 하나하나 다 허락을 받아야 하니 손도 못 댄다는 얘기를 전달했다”며 “그러니 오 시장의 ‘같이 고민해 보자’는 말이 돌아왔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해 매일 관계 부서와 풀어나갈 방법을 고민하는 등 서울시를 많이 괴롭혔다"고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한번 생각한 건 끝까지 이뤄내는 이 구청장의 끈기는 강북구 빌라촌의 새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 구청장이 취임 전부터 구상한 '빌라관리사무소'가 그 사례다. 빌라관리사무소는 빌라 입주민에게 주차, 청소는 물론 시설 관리와 안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고도제한 등 규제로 강북구는 전체 주택의 46% 정도가 빌라인데, 빌라가 오래되다 보니 담이 허물어지는 등 미관도 좋지 않고 쓰레기·주차 문제로 이웃끼리 싸우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그래서 빌라를 아파트처럼 관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돈이었다. 이 구청장은 관리비 부담을 구민들에게 전가하지 않을 방법을 고안하는 데 애를 썼다. 특히 직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경비부터 빌라 관리까지 하나하나 직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구청장은 "직원들은 관리비를 안 받고 어떻게 빌라를 관리할 수 있느냐 물었고 나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여러 동의 빌라를 한 구역으로 묶고 빌라를 관리할 빌라매니저분들은 어르신 일자리 지원사업과 연계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난해 3월 빌라관리사무소가 번1동의 약 700가구 빌라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빌라관리매니저 3인은 평일 오전·오후, 주말을 나눠 맡은 구역을 담당한다. 올해 7월부터는 미아·송중 권역과 수유 2동 권역으로 빌라사무소가 확대됐다.
이 구청장은 "빌라매니저분들에 따르면 처음에 관리를 시작했을 때 50L짜리 쓰레기봉투를 3개나 쓸 정도로 쓰레기가 많이 나왔었다"며 "요즘은 쓰레기도 적고 동네가 깨끗해지니 입주민들의 사업 만족도가 94%일 정도"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강북구가 변하겠어'라고 반신반의하던 구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는 이젠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많이 보이며 응원해 주시니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삶에 진정으로 힘이 되는 강북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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