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테라사이언스의 보유 현금이 1년 반만에 477억원에서 10억원으로 급감했다. 단기 부채 상환조차 불가능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추가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억 432만원에 불과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126억원에 달해 현금 보유액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테라사이언스의 현금 감소는 지난 2023년 4월 씨디에스홀딩스(지서현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장악한 시점과 맞물린다. 2023년 3월 말 기준 477억원에 달했던 현금이 불과 1년 반 만에 1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자금 유출의 배경에는 최대주주 내부 횡령과 부적절한 자산 활용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지서현 대표와 CFO 등 테라사이언스 경영진은 60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경영진 중 한 명 역시 테라사이언스가 한국투자신탁에 예치한 50억원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라사이언스가 엔포스페이스에 다보링크의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박정규 회장과 서민혁 사장이 엔포스페이스가 지급한 계약금을 몰취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프리미엄 10억원을 사적으로 받아 챙겨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 해당 주식이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된 상태여서 다보링크 주식을 엔포스페이스에 양도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다보링크와 테라사이언스의 부동산에 가압류 및 소송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테라사이언스는 경영진들이 받아 챙긴 프리미엄 10억원에 대해 회사 자산으로 법원에 공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결과에 따라 위약금 20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공시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80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엔포스페이스측이 서울 강남경찰서에 박정규, 서민혁을 상대로 20억원 형사 고소한 사실도 추가적으로 밝혀졌다.
권순백 전 최대주주는 "현재 테라사이언스는 외부 차입금으로 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매입처에 대한 각종 대금 지급도 미루고 있다"고 밝혀 회사의 심각한 재정 상태를 전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채무자가 부채 초과나 자금 부족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생 절차 개시를 기각했으나, 최근 현금이 급감하고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올해 1분기 회생 절차 심사에서 지급불능 상태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테라사이언스의 운명은 향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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