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관세정책의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경제 지표들에서도 우려할 만한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공동으로 발표한 '세계 경제 회복 추적 지수'(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세계 타이거 지수는 5.950을 기록했다. 올해 2월 7.710을 기록한 후 지난달 6.907을 기록하는 등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타이거 지수는 각종 경제·금융 지표와 신뢰 지수 등을 종합해 세계 경제 회복을 파악하는 지수다. 부문별로는 이달 전세계 신뢰 지수가 -1.044로 2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금융 지수도 2개월 연속 내린 7.144로 집계됐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은 "세계 경제가 안정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금융 시장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목격했다"면서 "무역에 의존하는 모든 개방 경제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부정적인)신뢰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글로벌 전망의 악화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올해 초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늦게 집계되는 거시경제 지표가 비교적 양호했던 것과 달리 이번 달 금융·신뢰 지수가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는데,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 무역과 금융시장을 어지럽히고 연초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성장 전망에도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분기까지만 해도 생산·고용 등의 지표가 괜찮았지만, 이번 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연구진 평가다. 이번 달 들어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불확실성 속에 소비자신뢰지수도 부진했으며,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땐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달 한국의 신뢰 지수도 -1.426을 기록,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신뢰 지수는 경기 둔화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해 2023년 3월(-1.510) 이후 최저인 -1.478을 기록하고 2·3월 회복세를 보였는데 다시 하락 전환했다.
한국의 금융 지수 역시 2023년 3월(-3.895) 이후 최저인 –3.441를 기록했다. 한국의 1월 타이거 지수는 -1.457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중국 경제에 대해선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에 직면한 만큼 미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또 미국 관세와 중국의 공급 과잉이라는 두 충격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특히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세계적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세계 무역의 붕괴와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분명히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IMF·세계은행(WB) 춘계총회(21~26일) 기간인 22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7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말 그대로 차트에서 벗어났다"면서 IMF의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월 IMF는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률을 3.3%로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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