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강행처리에 이어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가 격돌할 조짐이다.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예산안 조기 처리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과 달리, 법안 문제와 관련해선 양측 입장이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고 합의를 도출하기도 그만큼 어려워 격돌시 연말 정국 급랭이 우려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각종 규제완화법 등 경제관련 법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고 이른바 '이념법안'도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관철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저지할 것은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경제 관련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다소 유동적 입장을 취하다 강경 모드로 선회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강경 기류가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협상 과정은 여지가 별로 없는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전날인 13일 예산안 처리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은 평화모드로 가고 법안은 전쟁모드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주부터는 예산 때문에 상정을 보류한 법안들을 조속히 국회법 절차에 따라 상정해 달라"며 쟁점법안 처리 의지를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제는 야당과 당당하게 논리 대결을 하고 논쟁을 하기 위해 법안 상정을 주저하지 말라"면서 "가급적 임시국회 법안처리 종료 시점까지 해외 활동을 자제해주고 국회 위원회 활동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해외출장 금지령도 거듭 확인했다.
반면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산은 졸속 직권상정했음에도 국민들에게 최소한 걱정을 끼쳐서는 안되겠다는 취지에서 실력 저지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한번 잘못 만들어진 법안은 국가를 망치고 국민에도 평생 해를 끼치기 때문에 국론분열법.언론악법.국민감시법 등에 대해선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이번 예산 강행 처리로 한나라당이 국회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해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도 이제는 절대 안 된다. 당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위 `떼법방지법'인 불법집단행위 관련 집단소송법 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 등도 주요 쟁점법안이다.
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연내 처리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되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미디어 관련법도 논쟁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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