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6위 수준의 보험 강국이지만 소비자들은 보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했고 국내 보험사들도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보험산업도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그 중심에는 다음달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있다. 자통법은 금융 겸업화와 거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통법 시행에 따른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닥쳐올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보험사만이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각종 보험규제 강화…수익성 악화 우려 = 자통법 시행에 따라 새롭게 적용되는 적합성의 원칙은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적합성의 원칙이란 투자자의 소득·재산·투자목적 등에 근거래 적합한 상품을 권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보험상품 중에는 변액보험이 이에 속한다.
그동안 보험 관련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경우 계약자가 입증 책임을 져야 했지만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되면 판매자인 보험사가 입증 책임을 지게 돼 보험사 실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변액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팔아 온 외국계 생명보험사나 중소형 보험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는 4월 도입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 제도(RBC)도 부담스럽다. RBC제도는 보험사에 내재된 각종 리스크를 측정해 이에 맞는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현행 지급여력제도에 비해 더욱 까다로운 리스크 관리 기법이 요구된다.
RBC제도 시행에 따라 보험사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이 150%에서 10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어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보험판매전문회사의 도입은 보험사들의 영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보험사와의 협상을 통해 보험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 인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독립법인대리점(GA)는 적극 환영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보험중개사 제도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보험판매전문회사의 협상권 강화로 보험사가 종속적인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오는 4월부터 저축성 변액보험(변액연금보험 및 저축성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사업비 공시가 강화된다.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지만 보험사는 원가 공개에 대한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 지급결제 허용 등 새 기회 될 수도 = 올해 안으로 보험사의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소액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하지 못한 금융 권역은 보험업이 유일하다. 저축은행은 지난 2001년부터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됐으며 증권사도 자통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지급결제에 참여하게 된다.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사와 고객 간의 금융거래 접점이 확대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보험 계좌를 통한 은행 예·적금 및 주식매입대금 이체, 각종 입출금, 공과금 수납, 보험계약금에 대한 수시 입출금 등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보험사가 고객의 금융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돼 보험계약 만료 후 고객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신탁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회사 간 수수료 경쟁에 따른 수수료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진입을 제한해 온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도 보험사에는 유리할 수 있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대형 보험지주회사 출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며 보험사 소유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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