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본점 등 7개 화장품 매장에 대해 이전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적인 조치였다.”
샤넬(CHANEL)은 20일 임원진들을 총동원해 긴급회의를 가진 후 롯데의 ‘일방통행’에 대해 묵인하지 않겠다며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번 문제가 빌미가 된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입점 결정을 부산 신세계백화점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샤넬 대변인은 “부티크 매장 위치 선정 기준이 롯데와 어긋나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철수와 관련해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모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이달 29일자로 본점, 잠실점, 노원점, 영등포점, 부산점, 대구점, 광주점 내 샤넬 화장품 매장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샤넬은 특히 롯데측이 지적한 매출 부진설에 대해 지난 수년 동안 국내에서 견실하고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업계의 최상위 매출 성장 군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샤넬이 가방, 의류 매장을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입점하기로 했다가 3월 오픈 예정인 부산 신세계백화점으로 입점 결정을 바꾼 데서부터 시작됐다.
롯데는 샤넬의 ‘신세계행’에 대해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유통업계 지존 자리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신세계라 더욱 자존심이 상해버린 것.
급기야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은 “화장품 주력 시장이 색조제품에서 기초 제품으로 바뀌면서 샤넬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를 들어 “매장 크기, 위치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샤넬에 보복성 조치를 내렸다.
샤넬이 그동안 화장품 매출 1위를 한 브랜드답게 매장 내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며 최고 대우를 받아왔지만 실적이 악화돼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샤넬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롯데는 꼿꼿하게 대응하는 샤넬에 대해 그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았다.
롯데의 이런 조치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오즈세컨이 지난해 하반기 롯데백화점 MD개편에서 부산점, 대전점, 미아점, 전주점, 울산점, 상인점 6개점 퇴출 통보를 받았다. 이는 신세계 본점, 강남점, 마산점, 3개점 입점을 강행했기 때문에 내려진 보복성 조치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신세계 입점을 결정한 I사의 M브랜드도 롯데 본점을 비롯 3개점과 F사의 M브랜드도 신세계 입점을 이유로 자사 3개 브랜드가 퇴점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번에 철수되는 7개 매장 외, 다른 57개의 샤넬 매장은 영업이 계속된다. 올해 3개의 화장품 매장 오픈 계획과 함께 오는 3월에는 패션 부티크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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